한때 ‘3분카레’로 가정간편식(HMR) 시장을 장악했던 오뚜기의 존재감이 흔들리고 있다. HMR 시장이 가성비·간편함 중심에서 프리미엄·외식형 제품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오뚜기의 전통 간편식 전략도 힘을 잃는 분위기다.
26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오뚜기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3분간편식류 시장점유율은 12월 기준 2018년 94.1%에서 2025년 77.2%까지 하락했다. 분말카레 점유율도 80% 초반대에 머물렀고, 오뚜기밥 점유율은 지난해 37.0%에서 올해 32.2%로 낮아졌다. 한때 시장을 사실상 독점했던 제품들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다.
실적도 꺾였다. 카레·스프 등을 포함한 건조식품류 매출은 2022년 3145억 원에서 지난해 2258억 원까지 줄었다. 3년 연속 감소세다. 핵심 제품군 경쟁력 약화가 매출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경쟁사들은 빠르게 시장 변화에 올라타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와 ‘햇반’을 중심으로 국·탕·찌개·만두·냉동밥 등 제품군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더비비고’를 통해 고단백·저나트륨 콘셉트의 건강 간편식까지 강화하며 프리미엄 HMR 시장 공략에 나섰다.
하림은 ‘더미식’을 앞세워 프리미엄 즉석밥·라면 시장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백미밥뿐 아니라 잡곡밥·솥밥류까지 확대하며 ‘집밥 수준 품질’을 강조하는 전략이다. 동원F&B도 ‘양반’을 리브랜딩하고 프리미엄 HMR 강화에 나서는 등 시장 경쟁이 고급화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이다.
업계에서는 HMR 시장의 경쟁 기준 자체가 달라졌다고 보고 있다. 과거에는 ‘간편하게 한 끼 해결’이 핵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외식 수준 맛과 건강, 프리미엄 경험까지 요구하는 방향으로 소비 트렌드가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뚜기도 변화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냉동피자·냉동면·프리미엄 컵밥 등 냉동 HMR 제품군을 확대했고, 저당·고단백 콘셉트 제품 출시에도 나서고 있다. 특히 ‘오즈키친’을 통해 레스토랑 간편식(RMR)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으며, 크림·마라·트러플 등 외식 트렌드를 반영한 제품도 지속 출시하는 모습이다.
오수민 기자 osm365@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