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증시 충격, 2008년 금융위기보다 클 것”

FT, ‘공매도의 전설’ 카슨 블록 인터뷰…지수투자 대신 종목선별해야

2010년대 이후의 미국 주식 상승세가 꺾이고 변동성은 확대되면서, 공매도 전략이 재부상할 것이라는 진단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으로 ‘금융위기’를 뛰어넘는 시장 충격이 초래될 것이라고 세계적인 공매도 투자자가 주장했다. 

투자회사 머디 워터스를 이끌고 있는 카슨 블록은 “미국 주식 하락에 베팅하는 전략이 다시 유망해질 것”이라며 “최근 시장이 AI의 수혜와 피해 기업으로 양극화되며 변동성은 확대되고 있다. 소프트웨어 등 일부 업종에서는 이미 공매도 증가와 급락이 발생하고 있다”고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말했다. 블록은 과거 중국 기업 시노 포레스트 코퍼레이션(2011년)과 루이싱 커피(2020년)의 회계 문제를 폭로하며 이름을 알렸다. 

주가는 △고용 감소, △연금 유입 축소, △사모대출 부실 등으로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그는 전망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지수 투자에 대한 위험은 커지고, 종목선별이 더욱 중요해질 수 있다. 헤지펀드와 액티브 운용의 재부상이 가능해진다.

FT에 따르면, 블록은 미국 주식에 대한 공매도가 앞으로 “순풍을 탈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기술 혁신, 특히 AI가 시장을 뒤흔들면서 공매도 투자자들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같은 발언은 오랜 기간 공매도 투자 기회가 제한적이었던 상황 이후 나온 것이다.

그는 AI가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더 큰 규모의 주식시장 격변을 촉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블록은 최근 몇 년간 수익 기회를 찾기 어려웠던 미국 주식 공매도 투자자들에게 다시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블록은 “AI의 급속한 확산은 향후 몇 년간 경제와 금융시장에 광범위한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며 “고용시장 충격이 정부 재정과 금융 안정성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기적으로 △심각한 경제적 결과, △시장 충격, △정부 재정 문제 등이 발생할 것”이라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조차 작아 보이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공매도 투자자 입장에서는, 바람이 등 뒤에서 불어주는 상황과 같다”며 그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시장 하락에 베팅해 큰 수익을 거둔 사례와 비교했다.

블록의 이런 전망은 최근 수년간 고전해온 미국 공매도 시장의 흐름이 바뀔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FT는 진단했다. 그동안 에스앤피(S&P) 500 상승세와 AI 낙관론은 시장 전반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최근에는 AI 수혜주와 피해주 간 차별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공매도 투자자들도 시장을 떠났다. 2001년 엔론 붕괴를 예측해 유명해진 짐 차노스, 그리고 힌덴버그 리서치의 네이선 앤더슨 등은 최근 몇 년간 사업을 축소하거나 종료했다.

장기간 이어진 주식시장 상승장은 공매도 투자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AI에 대한 기대감,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투자자금, 그리고 △주가 하락 시마다 매수에 나서는 개인 투자자들의 ‘저가 매수’ 전략이 시장을 떠받쳤기 때문이다. 블록은 2024년 말 순매수 전략으로 전환한 바 있다.

하지만 올해 들어 S&P500 상승세는 둔화됐다. 이란 전쟁 이전부터, AI가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무너뜨릴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며 여러 산업이 급락했다고 FT는 설명했다. 시장 변동성은 확대됐다. 이는 오랜 침체를 겪던 공매도 및 종목선별 투자자들에게 다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블록은 “올해 소프트웨어 등 AI 패배자로 간주된 업종의 급락은 다가올 AI 충격의 전조”라고 평가했다.

골드만삭스의 데이터에 따르면, S&P500 종목의 공매도 비중은 지난 2월 약 10년 만에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특히 소프트웨어 업종은 헤지펀드의 주요 공매도 타깃으로 떠올랐다. 해당 업종에 대한 공매도 비중은 2016년 집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블록은 AI로 인한 구조 변화가 고용 감소를 초래하고, 미국의 401케이(k) 연금(세전 투자 상품)으로 유입되는 자금의 감소가 주가를 추가로 압박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한 사모대출(private credit) 시장의 취약성도 지적했다. “충분히 질 좋은 대출을 만들 수 없는 자산군에 너무 많은 자금이 몰렸다”며 “금융 구조 자체에 상당한 부실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어 “이미 경제 내 신용 기반이 약한 상황에서 사모대출 문제까지 겹치면, 상황은 매우 빠르게 악화할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한편, 부실채권 투자자들은 최근 사모대출 시장이 2008년 이후 최대 수익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블록은 개인적으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기회를 활용하지 못한 점을 언급하며 “당시 버블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중국에서 셀프 스토리지 사업을 하느라 투자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고 FT에 말했다.

권선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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