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챗봇에서 에이전트로 전환되고 있다. 오픈소스 AI 에이전트 플랫폼인 ‘오픈클로(OpenClaw)’가, 사람과 AI의 상호작용을 ‘대화’에서 ‘업무위임’으로 바꾸고 있다. ‘클로’는 단순 챗봇을 넘어,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하위 에이전트를 부리는 ‘자율형 일꾼’이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픈클로는 보안 이슈가 숙제로 남아있지만, 서비스나우 등 실제 기업 사례에서 압도적인 효율성을 입증하며 AI 에이전트 시대의 본격적인 개막을 알렸다”고 평가했다. WSJ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세너제이에서 지난 24일(현지 시각) 열린 엔비디아의 연례 기술 컨퍼런스(GTC 2026) 행사장 한편에 마련된 ‘빌드-어-클로(Build-a-Claw)’ 텐트 안은 전 세계에서 몰려든 개발자들의 열기로 후끈거렸다.
사용자가 “제주도 여행 계획을 세워줘”라고 하면, 이 AI는 일정표를 짜주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클로는 스스로 ‘항공권 예약 에이전트’와 ‘숙소 예약 에이전트’라는 하위 비서를 만들어 업무를 배분한다. 사용자의 신용카드 정보와 선호도를 바탕으로 실제 결제 직전 단계까지 업무를 완수한다. 이른바 ‘에이전트 중심 AI 시대’의 서막이다.
WSJ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AI 에이전트 툴킷인 ‘니모클로(NemoClaw)’를 새로 출시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오픈클로는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오픈소스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며 “니모클로를 통해 AI 에이전트가 기업의 실무 현장에 즉시 투입될 수 있는 길을 열겠다”고 선언했다.
업계에서는 엔비디아가 그래픽처리장치(GPU)라는 하드웨어 권력을 바탕으로, AI 소프트웨어 시장까지 평정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 세계 개발자들이 엔비디아의 플랫폼 위에서 AI 에이전트를 만들게 함으로써, 거대한 ‘AI 운영체제’ 생태계를 구축하려 한다는 것.
이날 현장의 엔비디아 체험존에서 기술자들은 여행 계획부터 구직 신청, 연구 조사, 콘텐츠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용도의 클로를 제작했다. 클로는 스스로 작업을 계획하고 실행하며, 특정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자체적인 하위 에이전트를 생성하거나 파일을 열람하고 업무를 위임할 수 있는 자율형 에이전트다.
이는 단순히 묻고 답하는 챗봇이나 기존의 제한적인 AI 에이전트 수준을 크게 뛰어넘는 도약이다. 하지만 클로가 진정한 개인 비서로 작동하려면 사용자의 모든 데이터에 접근해야 하므로, 새로운 보안 우려도 따른다.
국방 물류 스타트업인 갤러틴 AI의 공동 창업자 다니엘 부흐뮬러는, 자신이 매일 받는 뉴스레터를 읽고 자신의 개인 취향에 맞춰 요약해 장 마감 시간에 맞춰 자신에게 메일로 보내주는 클로를 구상 중이다. 그는 “컴퓨터는 밤에 잠을 잘 필요가 없다. 클로의 장점은 당신을 위해 대신 일해준다는 것”이라며 실시간 대화가 아닌, 비동기식 업무 처리 능력을 치켜세웠다.
엔비디아의 기술 마케팅 이사 루크 위그널은, 사용자들이 1회성 단순 답변으로 끝날 수 있는 프롬프트로 클로에 접근할 때마다, 다음 단계를 생각해보도록 독려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위그널은 한 대학생이 취업 추천 클로를 테스트하는 것을 보고, △특정 직무에 맞게 이력서를 최적화하고, △링크드인 계정과도 연동해보도록 제안했다고 전했다. “클로 활용은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라며 그는 클로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용자의 취향을 학습하고, 결과의 효과를 스스로 평가해 개선해 나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네덜란드 연구소 티엔오(TNO)의 헤인 콜크는, 매주 최신 연구 논문을 스캔해 핵심을 보고하는 클로를 기대하고 있다. 마케팅 기업 그러브의 애쉬 바오는, 컨퍼런스에 간 동료들에게 전화를 걸어 인터뷰하고 인사이트를 정리하는 클로를 구상 중이다. 다만, 로그인 정보와 기밀 데이터를 제공해야 한다는 보안상의 취약점 때문에, 실제 비즈니스 도입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이에 대해 엔비디아의 카리 브리스키 부사장은, 기술이 초기 단계인 만큼 클로를 별도의 독립된 장치에서 구동하는 것을 권장했다. 서비스나우의 아미트 자베리 사장은 니모클로 구조를 활용한 AI 에이전트가 이미 80~90%의 높은 해결률을 보이고 있으며, 오는 5월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다고 WSJ에 밝혔다.
서비스나우는 지난달 내부적으로 출시한 AI 전문 에이전트에 니모클로 아키텍처 요소를 적용했다고 아밋 자베리 사장은 밝혔다. 이 에이전트는 서비스나우의 AI 컨트롤 타워 제품을 통한 거버넌스 및 오케스트레이션도 함께 활용하며, 일부 고객들은 이미 사용 중이다.
일반 출시는 올 5월경으로 예정돼 있다. 현재 80~90%의 문제 해결률을 기록하고 있다. 자베리는 “이런 사례가 훨씬 더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니모클로 구축에 핵심 역할을 한 엔비디아의 개발자 나데르 칼릴 기술 디렉터는 자율주행차 훈련 고도화도 중요한 응용 분야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개인적으로는 가족이 있는 샌디에이고 행 저가 막차 항공권을 감시해주는 클로를 직접 설정해두었다고 밝혔다. 아직 실제로 항공권을 구매했냐는 WSJ의 질문에 "아직"라고 답하며 웃었다. 행사 준비로 너무 바빴기 때문이다.
권선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