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5000넘은 한국 증시, 에너지 충격 견뎌낼 것”

이코노미스트, “변동성 있겠지만, 글로벌 AI 성장과 제조업 우위로 극복”

코스피 5000을 넘어 6000을 돌파했던 한국증시가 이란전쟁의 에너지 충격을 이겨낼 것이라고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전망했다. 한국 증시는 앞으로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은 높지만, 여전히 상승 잠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코스피 상승의 이유로, △글로벌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와 방위산업의 확대 △제조업 중심 한국 산업구조 재평가 등을 꼽았다. 단기적 위험 요인으로는 △에너지 가격 급등, △삼성전자·하이닉스로의 쏠림, △개인 투자자 레버리지 증가, △반도체 경기 사이클 등을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한국증시 성장의 다음 핵심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등에 있다. 일본처럼, 자사주 매입, 배당 확대, 지배구조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역사적 강세장은 에너지 충격을 견딜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아마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앞으로 더 큰 변동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최근 밝혔다.

지난 봄 한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이재명 대통령은 “코스피 5000”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선거 공약으로서는 상당히 구체적인 목표였지만, 당시에는 실현 가능성이 낮아 보였다고 이코노미스트는 평가했다. 그때 한국의 대표 주가지수인 코스피는 약 2500 수준, 즉 2021년 기록했던 약 3300의 고점보다 크게 떨어진 상태였다.

그러나 취임 후 8개월도 채 지나지 않은 올해 1월 말, 이 대통령의 공약은 사실상 달성됐다. 그리고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코스피는 6000선을 돌파하며 “코스피 5000”이라는 슬로건이 오히려 보수적으로 보일 정도가 됐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진단했다.

2월 말까지 1년 동안 코스피 상승률은 138%에 달했다. 이는 세계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이었다. 당시만 해도 이 상승세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보였다.

그러나 에너지 충격이라는 변수가 등장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이후, 이틀간 코스피는 거의 20% 가까이 폭락했다. 상승률에서 세계 최고였던 코스피는 이번에는 하락폭에서도 주요 증시 중 가장 큰 수준을 기록했다는 것.

한국은 대규모 에너지 수입국이기 때문에,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하면 경제가 타격을 받는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 특히 주요 에너지 공급처였던 중동 지역이 전쟁으로 마비되자, 한국 정부는 석탄발전소 가동을 확대하고 소비자 가격을 제한하는 조치를 약속했다. 전쟁 이전부터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미 한국 주식을 일부 매도하고 있었으며, 최근에는 국내 대형 투자자들까지 매도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이에 이코노미스트는 “그렇다면 코스피 강세장은 끝난 것일까?”를 질문했다. 지난 12개월 동안의 코스피 상승세는 한국 증시 역사에서 보기 드문 현상이었다. 그 전 10년 동안 코스피는 대부분 횡보장을 이어왔다. 코로나 이후 글로벌 증시가 급등했던 2021년을 제외하면 더욱 그렇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코스피 기업들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고 있다. 자동차, 조선, 방산, 소비자 전자같은 전통적인 수출 산업 중심이라는 것. 문제는 이들 산업이 저가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으로 압박을 받고 있다는 점. 또한, 많은 기업이 복잡하고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가진 재벌 소속이었다. 이 때문에 코스피 기업들은 낮은 자기자본이익률(ROE), 지속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겪어왔다.

실제로 2025년 초 코스피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0배에 불과했다. 다른나라와 비교하면, 일본(TOPIX)은 15배, 미국(S&P500)은 25배였다.

그렇다면 지난 1년 동안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에 열광한 이유는 무엇일까? 흥미롭게도, 그동안의 약점이 갑자기 장점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설명했다.

한국 기업들은 △자산이 많은 재무구조, △제품의 수명이 긴 제조업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이러한 특성은 최근 투자 시장에서 유행하는 “헤일로(HALO·Heavy Assets, Low Obsolescence. 중후자산, 저노후화) 트레이드”와 맞아떨어진다. 이전에는 자본집약적 산업 구조, 제조업 중심이 비효율적인 것으로 여겨졌다. 소프트웨어가 경제를 지배하는 시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기업들은 △AI 인프라 구축, △방위비 증가, △미·중 기술 디커플링에 대응하기 위해, 막대한 물리적 설비 투자가 필요하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반도체, 방산 산업이 중요해졌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평가했다.

이 같은 구조적 변화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래서 이란전쟁 충격에도 불구하고 코스피는 아직 ‘코스피 5000’ 공약을 깨지 않았다. 또한, 이는 한국 주식이 추가 상승할 여지가 여전히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진단했다. 다만 앞으로 상승세는 더 거칠고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첫 번째 이유는 지수 집중도 상승. 현재 코스피 시가총액의 40%가 단 두 기업에 집중돼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다. 불과 2025년 초만 해도, 이들의 비중은 약 17% 수준이었다. 지난 1년 동안 코스피 상승의 2/3 이상이 이 두 회사에서 발생했다. 

이들의 실적은 인공지능(AI) 붐 덕분에 폭발적인 수요를 보이는 메모리 반도체 덕분이다. 서울의 길거리 음식인 호떡이 불티나게 팔리듯, 메모리 칩도 빠르게 팔리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 산업은 본질적으로 경기 순환이 심한 산업이다. 따라서 이익 역시 호황과 불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두 번째 이유는 개인 투자자 증가다. 한국 증시는 최근, △활성 거래 계좌 수 증가, △증권사 예탁금 급증으로 개인 투자자 참여가 크게 늘었다. 많은 투자자는 빚을 내 투자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신용거래(마진거래) 규모는, 2025년 18조원에서 2026년 3월 34조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한, 해외에서는 삼성전자, 하이닉스에 레버리지로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한국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며 수십억 달러(수조원) 자금이 유입됐다. 이러한 구조는 상승 때는 수익을 크게 만들지만, 하락 때는 손실도 크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완전히 비관적인 것은 아니라고 이코노미스트는 밝혔다. 한국 기업들의 장기 전망이 밝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들과 기관 투자자들이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

월스트리트 전략가들은 현재 한국 증시에서 투자 과열이 한 달 전보다 훨씬 줄었다고 평가한다. 게다가 여전히 밸류에이션은 저렴하다. 또한, 일본처럼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지배구조 개혁도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다.

따라서 에너지 충격이 완화된다면, 코스피의 롤러코스터 장세는 다시 시작될 수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내다봤다. 다만 투자자들은 이전보다 훨씬 더 거친 시장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선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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