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리스크 때문에, 미국주식 투자 기피한다고?

이코노미스트, “고립주의 등 문제 많아도, ‘기업실적’이 워낙 좋아 글로벌 자금 계속 유입중”

트럼프 리스크가 커지면서, 한국에서도 미국의 △고립주의, △재정적자, △연준 독립성 훼손 등을 우려해 미국 투자 비중을 축소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덴마크 연기금 등이 미국 국채를 매각했다. 

하지만, 미국 기업의 역동성이 유지되는 한 미국에 대한 글로벌 자금 유입은 계속될 것이라고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보도했다. 기업 이익 성장과 시장 지배력이 자금 흐름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주식·사모펀드·하이일드채권에서 여전히 미국 비중은 절대적이다. 미국은 △생산성, △자본시장, △빅테크·인공지능(AI) 주도권, △기업 실적 성장에서 타국을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5년 미국 기업의 주당 순이익(EPS) 성장률은 약 12%로, 다른 선진국(1%)을 크게 상회했다.

덴마크의 대학 교직원들을 위한 연기금(AkademikerPension)이 국제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일은 흔치 않다. 그러나 지난 1월 20일, 이 기금은 미국 국채 보유분을 매각한다고 발표하며 주목을 받았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기금 운용진은 이번 결정이 워싱턴의 과도한 재정 지출(방만한 예산 운용)에 대한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덴마크령 그린란드에 대한 미국의 영토 관련 위협에 대한 반응이 아니라는 것.

이 기금이 미국 주식을 버리는 것은 아니다. 상장 주식 보유액의 60%가 미국 주식이다. 사모펀드(프라이빗에쿼티) 자산도 비슷하게 미국 비중이 크다. 하이일드(고수익) 채권의 경우, 미국 발행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80%에 달한다.

따라서 이 연금의 미국 자산 구성은 오늘날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줄다리기’를 잘 보여준다. 지난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와 관련해 다시 관세 위협을 하자(이후 철회) 에스앤피(S&P)500 지수가 2%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자산은 여전히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줄다리기의 한쪽에서는 미국의 제도적 쇠퇴가 강하게 당기고 있다. 국내외 투자자들은 미국의 고립주의와, 때때로 드러나는 공격성의 유해한 결합을 우려한다. 특히 무역 정책을 중심으로 한 자기파괴적 경제정책은 지속적인 걱정거리다. 막대한 재정적자, 미국 연준(Fed)의 독립성에 대한 백악관의 공격, 그리고 예측 불가능하고 때로는 적대적인 대통령에 대한 입법적 견제의 부족도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그러나 반대편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미국의 역동성이 줄을 당긴다. 미국은 방대하고 효율적인 자본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또, 다른 대부분의 부유국과 달리 지난 20년간 견조한 생산성 증가를 유지해왔다. 시가총액 1조 달러(약 1444조 7000억 원)가 넘는 상장기업 12곳 중 10곳이 미국 기업이다. AI 패권 경쟁을 주도하는 주요 비상장 기업들 역시 거의 모두 미국 기업이다. 한 투자자의 냉소적인 표현에 따르면, “트럼프의 그린란드 관련 위협이 올해 마이크로소프트나 애플의 실적에 얼마나 영향을 주겠는가?”라는 것이다.

1월 20일과 같은 날들은 쇠퇴가 이기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그러나 지난해 4월, 트럼프가 전 세계 수입품에 막대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을 때도 비슷해 보였다. 경제적 피해와 지정학적 고립에 대한 공포는 잠시였을 뿐이다. 2025년 첫 11개월 동안 해외에서 미국 주식으로 6280억 달러(약 907조 3972억 원)가 유입됐다. 덴마크 연기금의 매각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의 미국 국채 보유액은 사상 최고 수준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트럼프가 결국 물러서는 성향, 이른바 ‘타코(TACO·Trump Always Chickens Out, 트럼프는 항상 물러난다)트레이드’가 주식시장을 떠받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부분적으로 맞지만, 전부는 아니다. 

미국의 실효 관세율은 11.2%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5년 미국 상장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은 약 12% 증가했다. 다른 선진국 기업들은 1% 증가에 그쳤다. 만약 실적이 급락했다면, 트럼프의 부분적 후퇴만으로는 주가 급락을 막지 못했을 것이다.

유럽 주식, 특히 은행과 방산 기업에 대한 기대는 크다. 하지만, 유럽 기업들의 이익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수준을 아직도 넘지 못하고 있다.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들은 향후 5년간 미국 주식의 연평균 EPS 성장률을 약 6%로 예상한다. 이는 다른 선진국의 두 배 수준이다.

투자자들에게 지나친 도덕성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금융시장은 궁극적으로 도덕적 판단을 하지 않는다. 애국심에 고무되었거나 정부의 압박으로 미국 자산을 매도하는 유럽 투자자들이 생긴다면, 덜 양심적인 투자자들에게는 값싼 매수 기회가 될 뿐이다. 자본 통제 같은 극단적 조치가 없는 한(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매우 낮다), 이런 움직임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다.

그러나 미국인들 역시, 자국 기업의 역동성이 금융 충격으로부터 완전히 보호해 준다고 믿어서는 안 된다. 시드니에서 스톡홀름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투자위원회들은 이미 대비를 마쳤다. 미국에서 시작되는 경기 둔화, 다른 지역 기업들의 실적 반등, 또는 미국의 AI 리더십 약화 신호는 평상시에도 부정적이지만, 지금이라면 오래 미뤄졌던 ‘미국 자산 비중 축소(로테이션)’의 명분으로 즉각 활용될 것이다. 만약 미국의 역동성이 흔들린다면, 그 뒤따르는 매도는 훨씬 더 격렬할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진단했다.

권선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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