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임플란트 기업 덴티움은 자사 지르코니아 분말의 내재화 기술을 고도화하고 의료·에너지 등 다분야에 대응 가능한 대량 생산 체계를 마련했다고 14일 밝혔다.
덴티움은 이번 원료 내재화를 통해 분말 설계부터 완제품까지 이어지는 ‘풀 밸류체인(Full Value-Chain)’을 구축함으로써 고질적인 공급망 리스크를 해소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제품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치과 보철 및 에너지용 지르코니아는 고순도, 균일한 입자 크기 분포(PSD), 미세 불순물 관리 등 기술적 요구사항이 까다로워 일본의 토소(Tosoh), 중국의 시노세라(Sinocera) 등 소수 기업에 대한 공급 의존도가 높았다. 이로 인해 국내 기업들은 납기 변동, 환율, 지정학적 리스크에 상시 노출되는 구조적 취약성을 안고 있었다.
덴티움은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15년 전부터 원료 국산화에 착수했다. 업계 표준으로 꼽히는 토소(Tosoh)의 최신 분말을 목표로, 수백만 가지 경우의 수를 가진 변수들을 제어하며 수많은 도전과 실패를 거듭했다.
개발팀은 ▲고도의 균일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열합성법 채택 ▲전구체 및 안정화제(이트리아) 최적화 ▲세척·건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입자 뭉침 문제 해결 ▲고난도 하소 및 분쇄 공정 조건 확보 등 전 단계에 걸친 기술 장벽을 극복하며 독자적인 양산 레시피를 축적했다.
그 결과, 현재 연간 15톤 규모의 생산 능력을 확보했으며, 향후 시장 수요에 맞춰 30톤, 50톤으로 단계적 증설을 추진할 계획이다.
덴티움의 지르코니아 원료 국산화는 단순한 수입 대체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소수 해외 기업에 의존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납기 및 환율 리스크를 완화하고, 예측 불가능한 글로벌 리스크에 능동적으로 대비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소재부터 가공까지 연계된 공정 레시피를 통해 수율을 높이고 폐기율을 낮춰 전체적인 비용(TCO)을 개선할 수 있게 됐다. 더불어 투과도, 강도, 색상 재현성 등 각기 다른 고객과 장비의 요구에 최적화된 맞춤형 원료를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다.
덴티움은 이번 원료 내재화가 치과 산업을 넘어 차세대 에너지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는 중요한 교두보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르코니아는 단순한 치과용 소재를 넘어 사용량의 약 80%를 연료전지 전해질, 수소 생산용 분리막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만큼 미래 에너지 산업의 핵심소재로 꼽힌다. 나머지 약 20%가 치과용 블록, 임플란트 보철 등 덴탈 분야에서 사용된다.
지르코니아는 우수한 산소이온 전도성과 내구성을 바탕으로 수소연료전지(SOFC)와 고온수전해(SOEC)의 핵심 전해질로 사용된다. 또한 수소 생산 및 정제 공정의 촉매 담체, 세라믹 부품으로도 활용성이 높다.
덴티움은 축적된 분말 설계 및 소결 공정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온전도도, 치밀화, 기공 제어 등 에너지 산업용 스펙을 추가 개발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해 나갈 방침이다.
덴티움 관계자는 “지르코니아는 치과 보철재 소재를 넘어 수소연료전지와 수소 생산 등 에너지 전환 시대의 핵심 자원”이라며 “이번 성과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혜연 기자 phy@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