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2일 서울에서 열린 사회적기업월드포럼(SEWF) ‘에코시스템 리더십 익스체인지(ELE)’에서 연설하고 있다. / 사진=SK
최태원 SK 회장이 추진해 온 사회적 가치 측정·보상 실험이 국제 사회혁신 네트워크와 경제 시스템 논의로 이어지고 있다.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이 한국의 사회적경제 현장을 살펴보는 한편, 세계경제포럼(WEF) 슈왑재단은 사회성과를 투자와 시장 수요로 연결하는 방안을 보고서로 제시했다.
사회적기업월드포럼(SEWF)과 사회적가치연구원은 12일부터 15일까지 서울에서 첫 ‘에코시스템 리더십 익스체인지(ELE)’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특정 국가의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현장에서 분석하고 정책·시장 경험을 나누기 위해 신설한 프로그램으로, 첫 방문지로 한국을 택했다.
SEWF는 2008년 스코틀랜드에서 출범한 국제 사회적 기업 네트워크다. 기업가와 정부, 투자자, 지원기관을 연결해 정책·금융·시장 발전 사례를 공유하고 있다.
이번 서울 프로그램에는 15개국 19개 기관이 참여한다. 스코틀랜드 기업부 장관과 영국 성과기반보상 전문가, 말레이시아 정부 관계자, 싱가포르 테마색 재단, 호주·캐나다·미국 비영리재단 등이 한국의 정책과 민간 협력 구조를 살펴본다.
참가자들은 국회와 공공기관, 기업·재단 등을 방문해 사회적 가치 보상, 정책·입법, 민간 투자, 국가 차원의 생태계 조성 방안을 논의한다. 행정안전부 사회연대경제국, 국회 사회혁신포럼, 한국국제협력단, 현대차정몽구재단, MYSC,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 협의회, 에이아이웍스, 닷 등도 공동 주관기관으로 참여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행사 참석자들이 12일 서울에서 열린 사회적기업월드포럼(SEWF) ‘에코시스템 리더십 익스체인지(ELE)’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SK
SEWF와 사회적가치연구원은 행사에 맞춰 공동보고서(Building Hybrid Ecosystems: Korea’s Experience and Global Lessons)를 발간했다. 한국 사회적 기업 생태계의 20년간 변화를 다룬 이 보고서는 한국을 완성된 성공 사례보다 정책과 시장 제도를 계속 시험하는 ‘살아있는 실험실’로 평가했다.
최 회장은 12일 오전 ELE 첫 세션에서 자신의 사회적 가치 여정과 미래상에 대해 연설했다.
최 회장은 “기존 CSR은 예산 투입과 홍보를 중심으로 이뤄져 실질적인 사회적 성과를 측정하는 체계는 상대적으로 부재했다”고 지적하고, “정밀한 가치 측정에 드는 높은 거래 비용은 최근 AI 기술의 발전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특히 “이타심에만 의존해서는 팽창하는 사회 문제를 해결할 규모를 확보할 수 없다”며 “자발적 동기를 자극하는 정교한 성과 기반 인센티브 시스템이 필수적”이라고 역설했다.
최 회장은 또 지난 10년간 추진해 온 사회성과인센티브(SPC)를 “국가와 사회의 비용을 줄여주는 일종의 새로운 방법”으로 정의하며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함께 굴러가듯 이윤 추구를 넘어 사회적 가치 창출이 보상받는 ‘새로운 자본주의’로의 전환을 앞당겨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난 8일 WEF 슈왑재단과 사회적가치연구원이 공동 발간한 세 번째 보고서(The Impact Economy: Turning Disclosure into Demand)는 이 논의를 경제 시스템으로 확장했다. 최 회장은 공동서문에서 사회적 가치의 측정과 금융 인센티브 연계 경험을 토대로, 시장이 사회성과를 인정하고 보상하도록 규칙과 자원 배분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사회적 가치에 대한 관심과 공시가 늘어도 실제 투자와 구매 수요로 이어지지 않는 현상을 ‘임팩트 패러독스’로 설명했다. 혜택은 여러 사람에게 돌아가지만, 비용은 특정 주체가 부담하고, 경제적 효과가 재무제표와 투자 판단에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나타나는 사회성과와 단기 중심의 기업 의사결정 간 차이, 여러 참여자의 기여도를 구분하기 어려운 점도 원인으로 꼽았다.
해법으로는 사회적 가치를 구매하거나 투자할 수요를 만드는 규제와 금융 연계, 투자, 다자간 협력을 제시했다. SK의 SPC도 주요 사례에 포함됐다. 보고서는 긍정적인 사회·환경 성과가 시장과 금융에서 측정·인정·보상되는 경제를 ‘임팩트 경제’로 정의했다. 관련 내용은 12일부터 18일까지 방콕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차총회에서도 논의될 예정이다.
서울 ELE가 사회적 기업을 키우는 정책·금융·시장 환경에 초점을 맞췄다면, WEF 보고서는 사회성과를 기업 전략과 투자·조달에 반영하는 구조를 다룬다. 두 논의는 사회문제 해결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기 위한 측정과 보상, 시장의 연결이라는 공통 과제를 갖고 있다.
게리 히긴스 SEWF 대표는 “한국의 사회적 경제 생태계 발전 과정은 정부로부터 시작됐지만, 정부, 민간, 비영리조직이 자신의 정책과 기술, 방법론을 투입하는 하이브리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며 “이는 개발도상국뿐만 아니라 선진국에도 훌륭한 교과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석권 사회적가치연구원 대표는 “사회문제 해결에 자본을 투입하는 것은 경제적 자원을 소모하는 일이 아니라 사회적 비용이라는 성장의 마이너스 요인을 줄여 더 큰 성장의 기반을 만드는 일”이라며 “선한 의지에 의존해 경제적 자원을 사회문제 해결로 이동시키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사회성과와 경제적 성과를 연결하는 새로운 해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강동식 기자 lavita@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