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캐즘과 실적 부진 속에서도 국내 양극재 3사는 연구개발 투자의 끈을 놓지 않았다.
3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포스코퓨처엠·에코프로비엠·엘앤에프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들 3사의 연구개발비 합계는 2023년 1302억 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4년 1246억 원, 2025년 1193억 원으로 줄었다.
다만 2025년 연구개발비의 매출 대비 비중은 3사 모두 1.6% 안팎으로 수렴했다. 외형이 줄어드는 국면에서도 미래 기술 선점을 위한 투자 강도는 일정 수준 유지한 셈이다.
기업별로 보면, 포스코퓨처엠의 연구개발비는 2023년 523억 원(1.2%)에서 2025년 437억 원(1.6%)으로 줄었다. 그럼에도 2025년 기준 3사 가운데 가장 큰 금액을 집행했다. 에코프로비엠은 2022년 509억 원(1.0%)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4년 400억 원(1.5%)까지 줄었지만, 2025년에는 416억 원(1.6%)으로 3사 중 유일하게 전년 대비 연구개발비를 늘렸다. 엘앤에프는 2024년 377억 원(2.0%)에서 2025년 340억 원(1.6%)으로 감소했다.
연구개발의 방향은 뚜렷하게 갈렸다. 포스코퓨처엠은 외부 파트너와의 협업을 통해 차세대 배터리 소재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회사는 3월 미국 실라와 첨단 배터리 소재 공동개발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미국 몰튼과는 메탄가스를 활용한 천연흑연 음극재 원료 공동개발 MOU를 맺었다. 이어 금호석유화학·BEI와는 무음극 리튬메탈 배터리 기술 공동개발에 나섰다. 지난 1월에는 미국 팩토리얼과 투자계약을 체결하며 전고체 배터리 협력도 강화했다. 지난해 11월 체결한 전고체 배터리 기술개발 MOU의 연장선이다.
포스코퓨처엠은 2025년 연구개발에서 고성능 양극재와 원가 절감형 소재, 음극재 공정 개선을 함께 추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극재 부문에서는 니켈 함량을 95% 이상으로 높인 울트라 하이니켈 NCMA, 보급형 전기차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LMR(리튬리치망간계) 제조기술, 고전압 미드니켈 단결정 양극재 등이 연구개발 실적에 포함됐다. 음극재와 공정 기술 부문에서는 수익성 개선에 초점이 맞춰졌다. 원가 절감을 위한 비코팅 단입자 인조흑연과 고가 원료인 피치 사용량을 줄이는 양산화 기술 등이 기재됐다.
에코프로비엠은 프리미엄 전기차용 하이니켈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중저가와 차세대 시장으로 연구 범위를 넓히는 모습이다. 고성능 전기차용으로는 니켈 비중을 90% 이상으로 높인 하이니켈 양극재와 단결정 하이니켈 양극재를 개발 중이다. 동시에 보급형·중저가 시장에 대응해 미드니켈 양극재와 하이망간 양극재,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나트륨이온 배터리용 양극재도 개발하고 있다.
전고체 분야에서는 에코프로비엠이 비교적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에코프로는 인터배터리 2026에서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 전고체용 양극재, 리튬메탈 음극재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고, 고체 전해질은 연 50톤 규모의 파일럿 라인을 확보 중이라고 설명했다. 상용화 목표 시점은 2027년이다.
엘앤에프는 LFP와 공정 혁신, 공급망 내재화에 집중하고 있다. 회사는 인터배터리에서 2026년 하반기 국내 최초 양산을 목표로 하는 비중국산 LFP 배터리용 양극재 개발 계획을 공개했다. 이와 함께 무전구체 LFP와 자체 FP(인산철) 기술 개발 현황도 소개했다. 엘앤에프는 FP 전구체 기술까지 내재화해, 중국 의존도를 낮춘 LFP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사업보고서상 연구개발 항목도 이런 방향성과 맞닿아 있다. 엘앤에프는 LFP·LFMP 양극소재, 미드니켈 NCM, 니켈 90% 이상 단결정 양극소재를 개발하며 고성능과 보급형 시장을 함께 겨냥하고 있다. 여기에 코발트 저감형 NCM과 코발트 프리 소재, 나트륨이온 배터리용 양극재 개발도 추진하며 원가 부담을 낮추려는 방향을 드러냈다.
이 밖에도 전고체 양극소재, LFP 폐배터리 리사이클 기술, 이차전지 양극소재 공정 부산물 처리 및 재활용 기술 등을 개발 중인 것으로 나타나, 재활용과 차세대 소재 분야도 함께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박혜연 기자 phy@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