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은행 간의 송금과 결제를 사실상 독점해온 스위프트(SWIFT·Society for Worldwide Interbank Financial Telecommunication.국제 은행 간 통신 협회)가 ‘블록체인’을 도입한다. 스테이블코인의 급성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최근 보도했다.
스위프트는 1973년 미국 등 15개국의 239개 은행이 금융기관이나 기업의 금융 정보를 전자적으로 더 쉽게 상호 교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설립, 전 세계 금융 부문에서 자금 이체를 위한 공식 표준이 됐다. 씨티 등 글로벌 은행들은 스위프트의 블록체인 도입에 참여, 초국경 결제를 실시간·24시간 가동 체계로 혁신하려 하고 있다.
이는 블록체인 기술을 내세운 ‘탈중앙화금융(DeFi)’이 기존 ‘전통금융(TradFi)’과의 경계를 급속히 무너뜨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와함께,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결제 생태계에 실질적인 혁신 압력과 경쟁을 유발하는 핵심 동력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지적된다.
FT에 따르면, 국제 결제 그룹인 스위프트는 성장하는 스테이블 코인 산업과 경쟁하기 위해 전 세계 은행 간의 거래를 용이하게 할 자체 블록체인을 만들고 있다. 스위프트는 최근 성명을 통해, 스테이블코인과 같은 토큰화된 상품의 거래를 촉진하는 데 사용될 공유 디지털 원장(shared digital ledger)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스위프트는 이를 위해 씨티를 비롯,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냇웨스트(NatWest) 등 여러 은행과 협력하고 있다.
스위프트는 이러한 움직임이 국경 간 거래를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블록체인은 “스마트 계약을 통해 △거래를 기록하고, △순서를 정하며, △유효성을 검사하고, △규칙을 적용”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주류 은행 및 결제 그룹과 가상화폐 산업 간의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고 FT는 평가했다.
스테이블코인 산업은 현재 3000억 달러(약 421조 4400억 원) 규모로, 테더(Tether)와 서클(Circle)이 주도하고 있다. 사용자가 중개자 없이 직접 자금을 이체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 때문에, 스위프트 같은 결제 그룹에 위협이 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 7월 스테이블코인 산업을 규제하는 획기적인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제이피모건 체이스, 씨티 같은 은행들이 ‘달러 가치에 고정된 자체 토큰 버전’ 출시를 모색하도록 장려했다.
지난 9월에는 유니크레딧(UniCredit), 아이앤지(ING), 댄스케 은행(Danske Bank) 등 9개의 유럽 은행이 2026년 하반기까지 유로화 표시 스테이블 코인을 공동으로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로 달러화로 된 스테이블코인 시장과 경쟁하고, 거래에 토큰 사용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벨기에에 본사를 둔 스위프트는 현재, 전 세계 1만1500개 이상의 은행 및 금융 서비스 회사 간의 국경 간 결제를 촉진하는 협동조합 그룹이다. 스위프트는 자체 블록체인이 “전례 없는 규모로 항상 즉각적인 국경 간 거래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위프트는 블록체인 기술 회사인 컨센시스와 협력, 이 원장의 시제품을 만들 예정이다. 이후 은행들과 함께 이를 테스트해 어떤 통화로, 어느 국가 간의 거래를 먼저 제공할지 결정할 계획이다. 컨센시스는 가상화폐 산업의 초기 개척자이자 이더리움 공동 설립자인 조셉 루빈이 이끌고 있다.
스위프트는 스테이블 코인 제공업체와 경쟁하기 위한 또 다른 움직임으로, “△숨겨진 수수료 없이, △전액 가치 이체와 즉각적인 결제를 통해, △소액 거래에 대한 가격과 속도의 완전한 예측 가능성”으로 네트워크상의 결제 수수료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최근 밝혔다.
컨설팅회사인 맥킨지는 올해 보고서에서 스테이블코인이 “스위프트 같은 전통적인 글로벌 결제 레일에 대한 직접적인 도전을 의미한다”고 밝힌 바 있다. 기존 스위프트 시스템은 거래 완료에 최대 5일이 걸린다. 여러 중개자가 개입하며, 일반적으로 자금세탁 방지 및 기타 규제 고객 확인 절차를 ‘수동 또는 반자동으로만’ 수행하기 때문이다.
권세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