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에스디씨(USCD)등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글로벌 패권 장악에 대해, 중국이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중국이 금융 테스트베드인 홍콩을 앞세워 ‘위안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홍콩에서 지난달 발효된 스테이블코인 법안이 그 신호탄이라고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보도했다.
스테이블코인을 제도화한 미국의 지난 7월 지니어스법 통과에 이어, 중국이 바로 스테이블코인 법안을 마련한 것은 ‘디지털 화폐 전쟁’의 서막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의 이같은 움직임은, △금융 통제와 △기술 혁신이라는 상반된 국가적 목표 사이에서 중국식 해법을 모색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과거 중국은 독자적인 디지털 위안화(e-CNY)를 추진했지만, 저조한 채택률을 보인 바 있다.
NYT에 따르면, 디지털 화폐는 중국 정부에 오랜 도전 과제였다. 중국 정부는 자금 흐름에 대해 엄격한 규칙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 화폐는 사람들이 전통적인 은행 시스템 밖에서 자금의 즉시 이동을 가능하게 한다. 중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디지털화된 국가 중 하나. 거의 모든 결제 거래는 정부가 면밀하게 감시할 수 있는 앱을 통해 이루어진다.
중국 정부와 디지털 화폐의 관계는, 스테이블코인의 글로벌 인기가 높아지면서 이제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고 NYT는 진단했다. 스테이블코인은, 전통적 화폐의 일정한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된 디지털 화폐. 스테이블코인 지지자들은 스테이블코인이 신용카드와 은행 계좌를 대체할 것이라고 믿는다.
중국이 스테이블코인을 서두르는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서명한 지니어스법 때문. 이로 인해 스테이블코인이 새로이 합법성을 얻게 됐다. 이에따라 미국 정부는 △스테이블코인이 어떻게 마케팅되고, △스테이블코인 회사들이 얼마나 많은 돈을 준비금으로 보유해야 하는지를 처음으로 규제하게 된다.
스테이블코인은 전 세계 결제 시스템의 이익 상당 부분을, 전통적인 은행으로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 사업을 포함한 새로운 기업들로 이동시킬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의 절대다수는 미국 달러에 연동돼 있다.
스테이블코인의 광범위한 사용이 달러의 지배력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일부 중국 경제학자들은 경고해 왔다. 중국 지도자들은 차세대 글로벌 결제 시장에 영향을 미칠 기회를 놓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NYT는 분석했다.
미국 외교협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의 종위안 조에 리우 연구원은 “중국에게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은, 경제적 도전 이상의 의미다. 그건 정치적 위협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중국 공산당에게 돈의 흐름을 통제하는 것은, 중국 경제 및 금융 활동의 중심에 있어 왔다”고 덧붙였다.
리우 연구원은 “스테이블코인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를 두고 중국 규제당국에서 의견이 분분하다”고 말했다. 중국정부는 홍콩에서 테스트를 진행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지난달 발효된 법률은 기업과 기관이 도시에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는 규칙을 명시하고 있다.
리우 연구원은 “홍콩은 중국의 금융 실험실”이라며 “이는 자본 통제를 유지하면서 테스트할 수 있는 통제된 환경”이라고 했다. 그녀는 중국 규제 당국이 홍콩의 새로운 법을 명시적으로 지지하지는 않았지만, 베이징의 승인 없이는 발효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은 스테이블코인의 위협과 위험에 대해 논쟁한다. 홍콩의 새로운 법은 홍콩 달러나 중국 화폐인 위안화처럼, 미국 달러 외의 다른 통화와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의 길을 열어줄 수 있다.
이번 여름, 스테이블코인의 장단점에 대한 공개 토론이 중국에서 활발하게 일어났다. 일부 지방 정부는 이 기술이 △불법 도박, △자금 세탁, △사기에 사용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중국 학자들이 쓴 관영 매체 논평들은 이 기술이 중국 경제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국제 은행 및 금융의 기반이 되는 시스템인 스위프트(SWIFT·Society for Worldwide Interbank Financial Telecommunication. 전 세계 금융 기관 간에 안전하고 표준화된 금융 메시지를 교환하는 데 사용되는 통신망)가 1973년에 설립될 당시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 중 하나였다. 오늘날, 중국은 세계 무역과 금융 준비금을 지배하는 달러에 대한 대안으로 위안화를 홍보하기 위해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서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 한다고 NYT는 밝혔다.
중국 정부는 위안화가 유로와 일본 엔처럼 널리 사용되는 통화가 되도록 수년간 노력해왔다. 일부 국가들은 자국 통화 준비금에 위안화를 추가하기 시작했다. 브라질처럼 중국을 활발한 무역 파트너로 여기거나, 러시아처럼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서 배제된 일부 국가들이 그랬다.
달러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은, “위안화의 매력을 높이기 위해 중국 정부가 천천히 이뤄온 진전을 무산시킬 수 있다”고 일부 중국 경제학자들은 경고했다. 6월에 저우 샤오촨(Zhou Xiaochuan) 전 중국 중앙은행 총재는 “스테이블코인의 글로벌 인기가 높아지면서, 달러 사용이 더욱 확대될 위험이 있다”고 했다.
중국 정부는 수년간 자체 디지털 화폐를 실험해 왔다. 2020년,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의 테스트를 시작했다. 이는 위챗이나 알리페이 같은 앱으로 디지털 결제를 하던 사람들이 대상. 중앙은행이 추적하고 감시할 수 있는 디지털 화폐로 쉽게 전환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채택은 더디게 진행됐다. 사람들 대부분은 여전히 기존 앱을 사용하고 있다.
디지털 위안화에 대한 제한된 관심은, 중국 화폐와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이 얼마나 많은 관심을 끌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한 가지 요인. “홍콩에서는 규제 당국이 신청자들에대해 기대하는 것은, 지속 가능한 사업 계획의 일부로서 스테이블코인이 광범위하게 사용될 잠재력이 있음을 보여주기”라고, 미국과 홍콩의 새로운 스테이블코인 규제에 대해 기업에 자문해 온 킹앤드우드 말레슨(King & Wood Mallesons) 법률 사무소의 파트너인 앤드류 페이(Andrew Fei)는 말했다. 페이 변호사는 “스테이블코인은 성공 여부가 주로 그 규모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기술 거물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NYT는 보고 있다. 라이선스를 신청할 의사를 밝힌 회사들은 전자상거래 기업인 제이디(JD), 그리고 중국 인터넷 기업 알리바바에서 분사하고 일부 소유한 금융 서비스 기업인 앤트그룹(Ant Group) 등 중국 기술 거물들의 자회사들이다. 7월에는 여러 스타트업과 중국 국영 기업이 ‘역외 위안화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일요일까지 은행, 기술 회사, 투자 회사, 전자상거래 회사를 포함한 77개 기업이 스테이블코인 발행 라이선스를 신청하는 데 관심을 표명했다고 홍콩 통화청 대변인은 NYT에 말했다. 그는 “초기 단계에서는 소수의 스테이블코인 발행 라이선스만 허가될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고 했다.
홍콩에서 스테이블코인은, 사람들이 물건을 사고파는 주류 수단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중국 본토와 마찬가지로, 홍콩 주민들은 이미 자판기, 편의점, 대중교통에서 사용되는 인기 있는 비접촉식 결제 카드인 옥토퍼스(Octopus)를 포함해 다양한 종류의 즉시 결제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홍콩은 세계적인 금융 중심지로서, 테스트베드로 선택되기에 분명한 이점을 가지고 있다고 NYT는 설명했다. 최근 몇 년 동안 베이징이 홍콩에 대한 정치적 통제를 강화했음에도 불구하고, 홍콩은 여전히 중국 경제가 글로벌 금융 시스템과 가장 깊이 연결되는 지점. 홍콩은 여전히 전 세계 기업과 은행으로부터 높은 수준의 활동을 끌어들인다.
페이 변호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두 경제 대국인 미국과 (홍콩을 통한)중국이 거의 동시에 유사한 스테이블코인 법률을 내놓고 있다”며 “그 자체만으로도 스테이블코인이 금융의 미래에 중요하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NYT에 말했다.
권세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