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중음악을 두고 지난 3월, 중국 거대 기술 기업 바이두 임원의 10대 딸이 논쟁을 벌였다. 온라인에서 벌어진 사소한 언쟁이 격화되자, 그녀는 상대방의 개인정보를 온라인에 게시했다. 영어로는 ‘독싱(doxxing)’으로 알려진 이 행위는, 중국에서는 ‘카이허(상자 열기)’ 또는 ‘렌루수오(인육 검색)’라고 불린다.
이 사건이 큰 파장을 일으켰다고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Economist)가 최근 보도했다. 바이두는 검색 엔진과 기타 앱을 통해 수억 명의 중국인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 소녀가 아버지를 통해 정보에 접근했다고 많은 사람들이 의심했다. 이 소녀의 아버지와 바이두는 자신들이 관여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중국의 10대는 누구나 부모와 무관하게 마음만 먹으면 누군가를 해칠 수 있다. 중국에는 개인 데이터 암시장이 번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 거래는 중국에서 기술적으로 금지된 텔레그램 같은 메시징 앱에서 이루어진다. 하지만 기술에 정통한 사람들은 쉽게 접근할 수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설명했다.
브로커들은 누군가의 현재 휴대전화 위치부터 온라인 쇼핑 내역까지 모든 정보를 제공한다. 한 브로커는 2만 명의 텔레그램 가입자에게 “당신이 사업가이든, 잠재적 장인어른이든, 사랑에 빠진 사람이든, 당신의 파트너, 사위, 돈을 빌려주는 사람을 들여다볼 수 있다”라고 약속했다. 이코노미스트가 연락했을 때, 그들은 단 600위안(약 11만 9028원)으로 누군가의 호적 등록 서류, 사진, 신분증 번호에 대한 세부 정보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2018년 바이두의 사장인 로빈 리(Robin Li)는 중국인들이 “프라이버시에 대해 그다지 민감하지 않다”라며 “안전, 편리함, 효율성과 프라이버시를 교환할 수 있다면 많은 경우 기꺼이 그렇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때는 그랬을지 모르지만, 중국인들의 태도는 바뀌고 있다. 2020년에 발표된 베이징대학교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국 응답자들은 독일,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싱가포르, 미국보다 프라이버시에 대해 더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의 걱정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데이터가 팔려나간 일부 사람들은 단순히 자동화된 문자나 전화로 인해 번거로움을 겪는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협박이나 사기의 위험에 처한다. 주로 동남아시아에 기반을 둔 사기 조직이 중국인 개인 데이터에 대한 수요의 대부분이다. 작년 1월부터 11월까지 중국은 전년 대비 60% 증가한 6만7000여명의 사람들을 온라인 및 전화 사기로 기소했다.
중국 정부는 이러한 위협을 인식하고 있다. 2021년에는 개인 데이터의 수집과 판매를 제한하기 위해 기업에 엄격한 요건을 설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후 규제 당국은 실수를 저지른 거대 기술 기업에 막대한 벌금을 매겼다. 차량호출 서비스 업체인 디디(Didi)는 데이터 관리가 허술하다는 이유로 2022년에 12억 달러(약 1조 7502억 원)를 부과받았다. 작년에 경찰은 불법 데이터 거래와 관련된 7000건의 사건을 단속했다고 주장했다. 로펌, 배달 회사, 교육 컨설팅 회사의 직원들이 고객의 데이터를 범죄 조직에 판매한 사례도 적발됐다. 해커들이 모바일 앱에서 데이터를 빼돌린 경우도 있었다.
중국 당국도 문제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감시 국가인 중국은 자국민의 데이터 수집에는 매우 능숙하지만,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관하는 데는 서툴렀다. 중국 언론은 때때로 이 문제를 대담하게 다루고 있다. 그 예는 많다.
2020년 중국 남서부 쓰촨성의 한 공립학교는 안면 인식 시스템을 훈련하기 위해 학생들의 이름, 성적, 신분증 번호와 함께 사진을 보안되지 않은 온라인 데이터베이스에 업로드한 것으로 밝혀졌다. 2022년 '차이나단(ChinaDan)'이라는 이름의 해커가 상하이 경찰로부터 10억 건의 개인정보와 형사 사건 기록을 훔쳤다. 해커들은 보안되지 않은 다른 데이터베이스에서 기록을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네덜란드 라이덴 대학의 로지에 크리머스(Rogier Creemers)는 부패가 무능함만큼이나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가 저임금 공무원의 손을 거쳐 시장에 유통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1월에 중국 정부는 “데이터를 불법적으로 취득, 판매 또는 제공하는 암흑 및 회색 산업을 단속하겠다”는 '행동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중국 시민들은 여전히 정부를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상하이 경찰의 데이터 유출과 같은 나쁜 뉴스는 종종 검열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문제가 계속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권세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