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의 수장이 10년만에 바뀐다. 3연임에 성공하며 KB금융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윤종규 회장은 일찌감치 용퇴를 선언하고, 2018년부터 내부 승계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윤 회장 후임으로 양종희 KB금융 부회장이 꼽혔다.
25일 데이터뉴스가 양종희 KB금융 회장 내정자의 경력을 분석한 결과, 1989년 국민은행 입행 이후 34년 만에 KB금융 수장이 된다.
1961년 전북 전주 출생인 양 내정자는 전주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서강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다.
국민은행 서초역지점장(2008년), KB금융지주 전략기획 담당 상무(2014), 부사장(2015년)을 거쳐 2016년 KB손해보험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양 내정자는 KB금융 전략기획 담당 상무를 역임하며 LIG손해보험 인수과정에 참여했다. KB금융은 앞서 2006년 외환은행, 2011년 우리은행, 2012년 ING생명 인수합병을 추진했으나 연달아 실패했다. 실패의 고리를 끊은 당사자가 양 내정자다. 윤종규 회장이 이러한 능력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KB손해보험 대표는 3연임에 성공했다. LIG손해보험과 KB금융지주의 화학적 결합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2020년 12월 KB금융 부회장에 오르기 전까지 손해보험 대표를 맡았는데, 2017년(3303억 원) LIG손해보험이 완전자회사로 편입한 이후 순이익은 하락세를 보였다.
다만, 2021년(3018억 원) 상승세로 돌아선데 이어 2022년(5686억 원) 최고치를 찍었다. 올 상반기(5389억 원)에는 지난해 연간 실적에 육박하는 순이익을 올렸다.
2022년엔 부동산 매각에 따른 일회성 이익이 반영된 것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손해율 개선과 비용관리로 이익체력이 강화된 것으로 업계는 평가한다.
이후 윤 회장이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은 보험과 글로벌부문을 지휘한 뒤 현재는 디지털과 IT부문장을 역임하고 있다.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8일 숏리스트에 올랐던 양 부회장과 김병호 베트남 HD은행 회장, 허인 KB금융 부회장 가운데 양 부회장을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 양 내정자는 오는 11월 주주총회에서 차기 회장으로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업계는 은행장 경력이 있는 허 부회장의 차기 회장 가능성을 좀 더 높게 봤지만, 행장 경력이 없는 양 부회장이 내정됐다. 이에 대해 금융권은 비은행 부문에 힘을 싣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라고 평가한다.
▲11일 여의도 KB금융 사옥에서 양종희 KB금융 회장 내정자가 기자들과 만나 약식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양 내정자는 지난 11일 여의도 사옥에서 기자들과 만나 약식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KB금융그룹은 KB스타뱅킹이라는 은행의 대표적인 애플리케이션과 훌륭한 서비스망을 갖고 있다"며 "디지털 앱이 최고의 진가를 발휘하도록 노력하겠다"며 디지털화를 강조했다. 또 내부 통제에도 디지털화를 도입하겠다는 구상이다.
국민은행의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인 KB부코핀의 실적 개선과 비금융 인수합병 가능성, 신용 리스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한편, 양 내정자는 회장 최종 후보로 내정된 후 기존 개인고객·자산관리(WM)·중소상공인(SME) 부문장 업무를 지속하면서 윤 회장에게 별도의 회장직 인수인계를 받고 있다.
현 회장과 차기 회장이 동시에 머물며 업무를 보는 것은 KB금융지주 출범 이후 처음인데, 매끄럽게 경영승계를 완성하는 것이 윤 회장의 목표다.
양 내정자는 정식 회장 취임 전까지 외부 활동을 최소화고 인수인계 작업에 주력할 예정이다.
이수영 기자 swim@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