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줄자 하나만으로 할머니는 손공을 ‘그냥’ 눈대중으로, 손짐작으로 만듭니다. 본뜨는 것도 없고, 밑그림도 없습니다. 머리로 이렇게 하자싶으면 손이 그렇게 해냅니다.
1960년대 말 일본인 전통기술 전승자로부터 사사 후 독학으로 다양한 색채와 문양 등을 더해 손공의 아름다움을 쉼 없이 연구해 온 박재숙 손공수예가(96세) 전시회가 서울 용산구 두텁바위로 21 어니컴빌딩 B1(갤러리 후암)에서 오는 15일까지 개최된다.
손공은 아름다움을 색실로 하나씩 만들어져 똑같은 작품이 하나도 없는 게 특징이다. 이번 전시회는 작품 세계를 ‘사계’라는 흐름으로 엮어냈다.
‘봄’은 처음 솜뭉치에 실을 감던 날의 설렘과 기쁨을 생각하고, 한 땀마다 수줍게 맺힌 생명의 온기가 고스란히 투영된다.
‘여름’은 과감한 손끝에서 역동적으로 형상화된 균형의 미를 맛볼 수 있다. 뜨거운 계절의 에너지는 강렬한 색채로 각인시켰다.
‘가을’은 느리지만 정교하게 쌓아 올린 세월의 밀도를 맛볼 수 있다. 여물어 가는 햇살 아래 삶의 풍요로운 결이 차분하게 내려앉았다.
‘겨울’은 고요한 침묵 속에서 갈무리된 존재의 정수를 느낄 수 있다. 멈추지 않는 정진 끝에 비로소 하나의 작품으로 승화된 세계를 엿볼 수 있다.
오창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