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황 회복에 힘입어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수준의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실적 대부분이 메모리에서 발생한 가운데, 향후 수익성의 추가 상승폭은 파운드리 적자 축소와 흑자전환 속도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데이터뉴스가 증권사 10곳의 리포트를 종합한 결과, 삼성전자의 1분기 사업부별 영업이익은 DS(반도체) 부문이 53.3조 원으로 전체 실적을 사실상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SDC(디스플레이)가 0.5조 원, MX/NW(모바일/네트워크)가 3.2조 원, VD·가전이 0.2조 원, 하만이 0.3조 원 수준으로 추정됐다.
특히 DS 부문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1.1조 원) 대비 약 48배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메모리 가격 급등이 실적을 끌어올린 결정적 요인으로 분석된다.
삼성증권은 1분기 일반 D램과 낸드 평균판매가격(ASP)이 각각 103%, 84% 상승한 것으로 추정했다. 2분기에도 D램과 낸드를 합친 블렌디드 ASP가 약 29%의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도 2026년 2분기 소비자용 D램 계약 가격이 전분기 대비 45~50%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도 강화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HBM4(6세대) 양산을 시작한 데 이어, 3월에는 AMD AI 가속기에 탑재되는 HBM4 우선 공급업체로 선정됐다. 또한 엔비디아 GTC에서는 차세대 HBM4E(7세대) 실물 칩을 공개하며 기술 로드맵을 구체화했다.
다만 이 같은 호황이 반도체 사업 전반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DS 내부에서도 메모리와 비메모리 간 격차는 여전히 크다.
증권사 6곳은 파운드리·시스템LSI 사업의 1분기 영업손실을 평균 1조 원 안팎으로 추정했다. 또한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4분기 기준 약 7%로, TSMC(72%)와의 격차가 65.0%p까지 벌어졌다.
아직 흑자 전환과는 거리가 있지만, 적자 규모가 전년 동기 약 2조 원대 대비 축소되는 등 점진적인 회복 신호가 감지된다. 트렌드포스는 시스템LSI를 제외한 삼성 파운드리의 2025년 4분기 매출이 전분기 대비 6.7% 증가한 약 34억 달러(약 5조 원)를 기록했고, 신규 2nm 제품 출하 확대와 HBM4용 로직 다이 생산이 이를 뒷받침했다고 분석했다.
미국 파운드리 관련 개선 기대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7월 테슬라는 삼성전자와 165억 달러(약 22조 원) 규모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일론 머스크는 삼성의 텍사스 테일러 공장에서 차세대 자율주행 칩인 AI6 칩을 생산할 것이라고 직접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어 10월에는 A15 칩 물량도 확보했다.
애플도 삼성 미국 파운드리와의 협업을 공식화했다. 애플은 2025년 8월 발표에서 삼성의 텍사스 오스틴 공장에서 삼성과 협력해 새로운 칩 제조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 시설이 아이폰을 포함한 애플 제품용 칩을 공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해당 칩이 차세대 아이폰에 들어가는 이미지 센서로 추정하고 있다.
박혜연 기자 phy@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