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영업·설계·보상 전 과정 ‘AI 전환’ 본격화

가입부터 지급까지 ‘척척’…라이나생명의 AI 텔레마케터 등 경영혁신 핵심병기로

보험업계, ‘AI 전환’ 경쟁 본격화…영업·설계·보상 전 과정에 도입 시작

은행과 증권업계에 이어, 보험업계에 ‘인공지능 전환 (AX. AI Transformation)’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다. 과거 상담 챗봇 수준에 머물렀던 AI 기술이 이제는 상품 설계, 가입 심사(언더라이팅), 보험금 지급 등 밸류체인 전 영역으로 스며들고 있다. 

보험사들은 AI를 보조 도구가 아니라, 경영 혁신의 ‘핵심 병기’로 낙점하는 분위기다. 상품 복잡성과 설명의무 규제, 설계사 중심 대면 영업 구조가 그간의 걸림돌이었다. 그러나, 새 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된 이후 비용 효율화와 수익성 관리 압박이 커지면서 상황이 변했다. AI는 이제 영업 생산성과 고객 편의성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수단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라이나생명의 ‘AI 텔레마케터 기반 보험 모집 서비스’가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로 최근 지정됐다. 이는 보험 모집 단계에 AI를 본격 적용한 국내 첫 사례다. 

이 서비스는 AI가 마케팅 수신 동의 고객을 대상으로 접촉·상품 소개·가입 권유를 음성으로 수행하고, 설명의무 이행과 청약은 전문 상담원이 담당하는 하이브리드 구조다. 하루 발신 2000건, 연간 모집 8000건 상한 등 소비자 보호 장치를 병행해 불완전판매 리스크를 줄였다. 특히 치아보험 등 간편 상품을 타깃으로, 2030세대 신규 유입을 노린다는 평가다.

경쟁사인 신한라이프는 생성형 AI 기반 가입설계 시스템 ‘라이프 코파일럿(LIfe COpilot·LICO)’을 지난 2월 공개했다. 이 시스템은 자연어 대화 방식으로 고객 정보·보장 한도·특약 규칙을 분석, 실시간 설계안을 추천하고 수정까지 지원한다. 

기존 복잡한 화면 이동 없이 AI 에이전트와 채팅하듯 진행돼, 설계 시간 단축과 상담 품질 표준화 효과를 신한라이프는 기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이와 별도로 AI 기반 보험금 신속지급 시스템도 운영 중이다. 청구 서류 자동 입력과 즉시 지급 분류를 통해, 평균 30분 내 처리 사례를 늘리고 있다.

보상 영역에서도 AI 도입이 활발하다. 디비손해보험은 고객 참여형 ‘AI 에이전트’를 최근 정식 오픈했다. 음성인식(STT)·음성합성(TTS) 기술로 사고 접수 30분 내 초기 안내를 자동화하고, 개인정보 동의·정비공장 입력·치료 확인 등을 대화형으로 진행한다. 접수부터 지급까지 원스톱 프로세스를 구현해 대기 시간과 투명성을 크게 개선했다는 설명이다. 

디비손보는 앞서 ‘AI비서’ 특허도 획득, 설계·인수심사 자동화에 주력하고 있다. 기존 가입정보 기반 맞춤 설계와 사전 심사를 원스톱으로 제공, 월 6000명 설계사가 10만명 이상 고객 대상으로 활용 중이다.

농협손해보험은 완전판매 모니터링 ‘해피콜’을 AI 음성봇으로 자동화했다. 연간 40만 건 상담을 처리하며, 필요시 전문 상담사 연결하는 하이브리드 체계를 구축했다. 계약 만기 안내와 다국어 상담 확대도 계획 중이다.

선두주자인 대형 보험사들도 AX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오너 3세인 신중하 상무가 AX 전략을 총괄하며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삼성생명은 상담·보상 전 과정에 AI 챗봇·음성봇을 확대 적용, 월평균 12만 건 활용 실적을 2030년 100만 건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케이비손해보험은 ‘자동차보험 AI 자동심사 시스템’과 과실비율 AI 에이전트를 운영 중이다. 이 회사는 올해 상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AI 기반 고객 경험 혁신과 밸류체인 효율화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다만 소비자 보호와 알고리즘 책임은 보험업계 AX의 과제로 남아 있다. AI 스크립트의 표준화로 고객에 대한 설명 누락을 줄일 수 있지만, 판단 오류나 민원 증가, 책임 소재 불분명 문제가 제기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AI는 설계사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불완전판매 리스크 관리와 영업 편차 축소의 보완 도구로 기능할 것”이라며 “설명 책임과 알고리즘 판단 책임의 경계를 명확히 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망분리 규제 완화와 감독당국 점검 체계 강화가 뒷받침돼야 AX가 지속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해외 사례처럼, AI 기반 인수심사 비중이 70%에 달하는 아비바(AVIVA)의 영업이익 20% 증가·고객만족도 12% 상승 효과가 국내에서도 재현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권선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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