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는 경제적으로 막대한 가치가 있다. 데이터는 기업의 중요 자산으로 특히 광고·보험·정치 산업의 필수 자원이며, 인공지능(AI) 시대의 원료(feedstock)로 불린다. 미국은 그러나 이를 회계상 자산으로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반면, 중국은 데이터를 생산요소이자 무형자산으로 공식화하고, 대출 담보로까지 활용 중이라고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기고를 통해 지적했다.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hina Economic and Security Review Commission) 부위원장인 마이크 쿠이켄의 이 기고는, 중국이 기업 재무제표에 데이터 자산을 공식 계상하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데이터 자산에 대해 중국을 따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FT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최근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Nielsen)이 집으로 설문지를 보내고 있다. 시청 습관 관련 질문에 5분 답해 달라며 동봉한 대가는 단 2달러(약 2914.2 원). 이것은 미국이 데이터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보여주는 완벽한 장면이라고 FT는 짚었다. 개인 정보는 동전 수준의 가치로 취급되고, 너무 사소해 잡동사니 서랍에 들어갈 거래로 여겨진다는 것.
그러나, 베이징은 이를 다르게 본다. 2024년 중국은 기업이 재무상태표에서 데이터를 무형자산으로 분류할 수 있도록 세계 최초로 허용했다. 중국 정부는 이미 데이터를, 토지·노동·자본·기술과 함께 “생산 요소”로 선언한 상태였다.
중국 국가데이터국은 현재 수십 개의 데이터 거래소를 감독하고 있다고 FT는 밝혔다. 세계 최대의 이동통신사 중 하나인 차이나유니콤은 새 규정에 따른 첫 보고에서, 데이터 자산을 2억400만 위안(약 430억 3380만 원)으로 신고했다. 이 동기는 순전히 철학적 이유만은 아니다.
중국 지방정부의 인프라 자금 조달에 쓰이는 특수법인(LGFV)은 막대한 부채에 빠져 있다. 일부는 새로운 대출을 받기 위해 데이터를 담보로 사용한다.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는 2024년 보고서에서 이 점을 지적하며, 해당 데이터 자산의 실제 시장가치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는 부채 위기를 위한 창의적 회계이기도 하다. 그러나 동시에 전략적 선언이기도 하다고 FT는 강조했다. 데이터는 자산이며, 중국은 그것을 실제 자산처럼 다루겠다는 것.
미국도 데이터에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안다. 다만 인정하기를 거부할 뿐이다. 기업이 파산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라고 FT는 말했다. 2000년 토이 스마트 파산 때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고객 데이터를 최고가 입찰자에게 판매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개입했다. 2015년 라디오샥 파산에서는, 1억1700만 고객 기록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발생했다.
법원은 회계 기준이 인정하지 않는 사실을 이해한다. 고객 데이터는 종종 파산 기업이 가진 가장 가치 있는 자산이다. 데이터 브로커 산업은 기업 재무제표 어디에도 나타나지 않는 정보를 사고팔며, 연간 2000억 달러(약 291조 4200억 원) 이상을 벌어들인다.
모든 미국인은 광고주·보험사·정치 캠페인에 수백 달러(수십만원) 가치의 ‘그림자 프로필’을 가진다. 이 정보는 신용결정, 보험료, 인터넷 광고를 좌우한다고 FT는 설명했다. 엄청난 경제적 가치가 있지만, 일반회계원칙(GAAP) 아래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문제는 단순한 회계 논쟁을 넘어선다. 우리는 데이터가 단순히 가치 있는 것이 아니라, AI의 핵심 원료가 되는 시대에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를 측정할 수 있어야 하지 않는가? 미국 정부 차원에서는 더 시급하다. 연방기관들은 엄청난 데이터를 보유한다. 농업 생산량, 지질 조사, 익명화된 의료 연구 등이다.
미국에서의 가치 평가 체계는 오히려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할 수 있다고 FT는 주장했다. 데이터 가치에 대한 명시적 회계와 보호 프로토콜을 강제하기 때문이다. 현재 연방 데이터 정책이 제각각인 이유는, 우리가 무엇을 왜 보호하는지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가치를 평가하지 않는 자산은 보호되지 않는다. 2015년 인사관리처(OPM) 해킹으로 2150만 명의 보안 인가 정보가 유출됐다.
미국은 이보다 더 어려운 문제도 해결해왔다. 정부는 수십 년간 전자기의 스펙트럼을 경매해왔다. 보이지 않는 주파수 권리를 측정했기 때문에, 수십억 달러(수조원)의 경제 가치가 만들어졌다.
이 모든 것이 중국 방식을 그대로 도입하자는 뜻은 아니다. 중국의 데이터 거래소는 국가 목표에 봉사한다. 미국 자본시장은 더 엄격한 기준을 요구한다. 하지만 중국은 실험하고 미국은 질문 자체를 회피한다는 사실은, 전략적 의지와 전략적 무관심의 차이를 보여준다.
미국 재무회계기준위원회(FASB)는 ‘데이터 자산 인식 기준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해야 한다.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중요한 데이터 보유에 대한 공시 규정’을 검토해야 한다. 미국 의회는 연방기관에 ‘데이터 자산 가치 평가’를 의무화해야 한다. 주·지방 정부도 동일하게 해야 한다고 FT는 지적했다.
미국에서 닐슨이 시청자들에게 2달러를 보낸 것은, 개인의 시청 습관이 누군가에게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모든 미국인, 모든 거래, 모든 클릭과 검색으로 확대하면, 측정되지 않는 가치의 규모가 드러난다. 중국은 이를 생산요소로 선언하고 관리 기관을 구축했다. 미국은 경제 현실과 회계 처리 사이 격차가 드러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데이터는 재무상태표에 올라야 한다고 FT는 재차 강조했다. 문제는 그것이 너무 늦기 전에 깨닫느냐다.
권선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