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신한 등 금융지주, 주총 앞두고 ‘국민연금 옆'에 자리잡기

‘최대주주’ 앞세운 현 정부 지배구조 개혁 영향…전북 전주에 대규모 금융타운 조성 잇따라

내달 주총 앞두고, KB·신한 등 주요 금융사 ‘국민연금 옆자리’로

▲ 김성주 이사장 / 사진 = 국민연금공단

케이비(KB), 신한금융 등 주요 금융지주들이 내달 주주총회를 앞두고, 1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 이 위치한 전북 전주에 잇따라 대규모 사무실을 내고 있다. 양대 금융지주 이외에도, 국내외 여러 금융사가 전주 사무소 개설을 검토중이라고 국민연금은 밝혔다. 

10일 데이터뉴스 취재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가 금융지주들에 대해 지배구조 개선을 밀어붙이면서 금융권이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과의 접점 강화에 나섰다. ‘소유분산기업(오너가 없는 기업) 거버넌스 혁신’의 실질적인 전초기지가 전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 정부는 과거 정권들처럼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을 인위적으로 막는 ‘인적 청산’ 방식보다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지침) 강화를 통한 ‘제도적 혁신’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당장 3월 잇따라 열릴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커질 전망이다. 그간 국민연금은 금융지주 회장 연임에 대해 ‘상징적 반대’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내부통제 실패나 지배구조 리스크를 이유로 더욱 정교한 주주권 행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KB·신한 등 주요 금융사들이 전북 전주로 집결하고 있다. 전주에는 1500조원 규모의 연기금을 굴리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2017년 이전했지만, 그동안 금융사들의 실질적 진출은 미미했다. 전주에 본사를 둔 자산운용사는 아직 없고, 연락사무소도 10곳에 불과했다.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상황은 확 바뀌었다. KB금융그룹은 전주에 은행·증권·보험·자산운용 등 핵심 계열사를 집결시키겠다는 ‘KB금융타운’ 조성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기존 근무 인력 150명에 더해 100여명을 추가 배치해 총 250명 규모의 금융 거점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뒤이어 신한금융그룹도 전주를 ‘자산운용·자본시장 핵심 허브’로 육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운용·수탁·리스크·사무관리 등 자본시장 전 밸류체인을 전주에 이식해, 300명 이상이 근무하는 그룹 거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지난달 13일 전주에 사무소를 둔 자산운용사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국민연금과 함께하면, 더 큰 기회를 만들 수 있다”며 전북 진출 금융사에 대한 협력 의지를 분명히 했다.

금융권의 전주행 러시는 현 정부의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혁 드라이브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업무보고에서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관행을 ‘부패한 이너서클’이라고 표현하며 공개 비판한 바 있다. 이후 금융위원회는 지난 16일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열고, △이사회의 독립성과 다양성 제고, △최고경영자(CEO) 선임 등 경영 승계 과정 문제점 해결, △성과 보수 체계 합리성 제고, △낡고 불합리한 관행 개선 등 4대 제도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금융당국은 주주총회 일정을 겨냥, 3월까지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업권 자율에 맡긴 지배구조 모범 관행을 넘어 금융사 지배구조법을 개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지배구조 선진화 TF 논의는 권고 수준에 그치지 않고, 제도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그간 스튜어드십 코드 논의 과정에서 금융당국이 국민연금과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해온 만큼, TF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참여해 의견을 낼 여지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전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의 주주 추천 등 사외이사 추천경로가 다양화돼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며 국민연금의 주주 추천권 도입을 시사했다. 국민연금은 KB금융지주(8.56%), 신한금융지주(8.60%), 하나금융지주(8.68%) 등 주요 금융지주 지분을 7~10% 안팎 보유한 최대주주다. 

금융당국이 회장 3연임 시 주주총회 출석 주주 2/3 이상이 필요한 특별결의를 거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민연금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특별결의 도입 시 국민연금은 핵심 변수로 바뀔 수 있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의 개입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사후적 ‘반대표’행사보다 사전적 제도마련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임원후보추천위원회 구성의 다양성 확대, △사외이사 선임 과정의 투명성 강화, △회장 후보군 장기 육성 체계 구축 등을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권선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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