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루스첨단소재가 전지박 사업에 ‘올인’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인공지능(AI) 가속기용 수요 증가로 성과를 보이던 동박 사업을 전격 매각하고, 북미 최초 전지박(배터리용 동박) 공장 투자에 나섰다.
10일 데이터뉴스가 솔루스첨단소재의 실적발표를 분석한 결과, 3분기 전지박 매출은 364억 원으로, 전년 동기(550억) 대비 33.8%, 전분기(460억) 대비 20.9% 감소했다.
솔루스첨단소재는 적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2022년 영업손실 452억 원, 2023년 -732억 원, 2024년 -544억 원을 기록했으며, 올해 3분기에도 -212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 회사는 유럽 현지에서 유일하게 전지박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를 기반으로 전기차 수요가 빠르게 회복 중인 유럽 시장을 공략해 실적 개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시장조사업체 로모션(Rho Motion)에 따르면, 유럽의 올해 9월 누적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32% 증가한 300만 대로 집계됐다.
솔루스첨단소재 관계자는 "유럽은 정책적으로 자국 내에서 공급망을 구축하려 하고, 보조금도 부활시키며 북미보다 수요가 먼저 좋아지고 있다"며, "국내 배터리사와 중국 배터리사들의 유럽 진출이 늘고 있고, 시장이 커지고 있어 소재업체로서 수혜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은 헝가리를 중심으로 한국, 중국 주요 배터리사들의 공장이 다수 입지해 있다. 전지박은 사용기한이 통상 3개월로 짧아 재고 관리가 중요한데, 솔루션첨단소재의 헝가리 공장은 한국·동남아발 운송(5주 이상) 대비 1~2일 내 공급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경쟁사 동향을 보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스페인 공장(2027년 완공 목표)을 건설 중이며, SK넥실리스는 폴란드 공장을 완공했지만 상업생산은 아직 본격화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솔루스첨단소재는 이러한 유럽 현지 대응 능력으로 공급 계약 성과를 내고 있다. 이 회사는 2021년 첫 전지박 공급이후 지금까지 4개 고객사와 거래를 했으며, 올해 3개 고객사를 추가로 확보했고, 추가 1개사와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총 8개 고객사 중 6곳은 중국 CATL(점유율 1위) 등 글로벌 상위 10대 배터리 제조사로 알려졌다. 신규 고객사 물량은 내년부터 본격 반영되며 매출 확대가 기대된다.
이와 함께 솔루스첨단소재는 동박 사업을 매각하고 전지박 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동박은 AI 가속기용 수요 확대로 3분기 매출(766억 원)이 전년 동기 대비 55.4% 증가했지만, 이 회사는 장기 성장성이 큰 전지박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매각을 결정했다.
유럽에 이어 북미 전기차 시장 공략을 목표로 캐나다에 북미 최초 전지박 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동박 매각 대금은 해당 투자에 투입된다. 공장은 내년 하반기에 완공 예정이다.
솔루스첨단소재 관계자는 "북미는 건설비 등이 많이 올랐고, (경쟁사의) 재무 여력도 캐즘으로 약화돼 당분간 후발 주자가 진출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중국 기업의 진입이 막혀 있고, 국내 3사 중에서도 당사가 유일하게 선제 진출해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최대 변수는 SK넥실리스와의 특허 소송이다. SK넥실리스는 2023년 11월 미국 텍사스 동부연방법원에 솔루스첨단소재를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고, 올해 8월에는 유럽 통합특허법원(UPC)에도 추가 소송을 제기했다.
SK넥실리스는 판매금지·재고 회수 등의 조치를 요청하고 있어, 패소 시 유럽·북미 시장에서의 판매·공급이 제한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솔루스첨단소재는 3분기 실적발표에서 "65년 업력 CFL(Circuit Foil Luxembourg)의 기술력과 선행제품을 근거로 미국 소송에서 우위를 선점했다"며, "유럽 소송도 적극 대응할 예정이고, 현재 주요 고객사에는 안정적으로 제품을 공급 중이라 소송에 따른 계약상 차질은 없고, 대체 생산체계와 기술적 대응방안을 마련해 영업중단 리스크는 없다"고 밝혔다.
업계는 미국 소송 결과가 내년 2월쯤 나올 것으로 예상하며, 관할이 달라 유럽 소송에는 직접적인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본다. 유럽 소송은 최근 개시된 만큼 최소 1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혜연 기자 phy@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