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금융 애널리스트 업무의 75% 대체”

FT, “인공지능으로 월스트리트 생산성이 4배 향상"…"신규채용엔 감성지능 중시”

인공지능(AI)이 금융권 고급 인력들을 몰아내고 있다. 영업·사무·정보기술 등 고숙련 직종의 상당 업무가 AI로 대체되기 시작했다. 금융권의 ‘꽃’이라 불리는 애널리스트뿐 아니라, 퀀트(Quant. 투자에 있어서 계량적인 룰, 수학, 통계, 프로그래밍 등을 이용해 투자 전략을 세우는 분야)조차 AI의 안전지대는 아니라고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최근 보도했다.

다만, 금융권에서 인간과의 직접적 교류나 감성지능이 필요한 대면 업무 등은 AI보다 인간의 우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따라, 금융권의 채용 트렌드는, 기존의 재무 모델링 등에 대한 분석능력보다 인간관계와 네트워크 역량을 중시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

FT에 따르면, 신규 헤지펀드에서 대부분의 업무는 사람 대신 AI가 맡고 있다. 전통적인 애널리스트 업무의 약 75%는 AI가 대체할 수 있다고 한다. 

밀레니엄(Millennium)에서 포트폴리오 매니저로 일했던 오마르 사이드는, 그가 창업한 신설 스타트업 헤지펀드 포체스터 캐피털에서 대부분의 업무를 AI에 맡긴다. 그는 밀레니엄 재직 당시,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거래를 검증하며, 산업 리서치를 수행하는 수많은 애널리스트들의 도움을 받았었다. 

그는 지금 애널리스트 대신, 앤트로픽의 ‘클로드’와 구글의 ‘제미나이’, 그리고 검색·분석 기능을 결합한 검색증강생성(RAG·Retrieval-Augmented Generation)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RAG는 방대한 양의 텍스트 데이터를 학습시켜 환각을 줄이고, 사람처럼 자연스러운 문장을 이해하고 생성할 수 있는 AI모델. 응답을 생성하기 전에, 학습 데이터 소스 외부의 신뢰할 수 있는 지식 베이스를 참조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는 AI봇을 통해, 현금흐름할인(DCF·Discounted Cash Flow. 기업이 벌어들일 미래의 현금을, 시간 가치를 고려해 현재가치로 종합한 것을 오늘 그 기업의 가치로 보는 방법) 모델, 차입매수(LBO·Leveraged BuyOut. 사들이려는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금융회사에서 빌린 자금을 이용해 해당 기업을 인수하는 기법) 시나리오 분석을 한다. 또, 고객관계관리(CRM·Customer Realtionship Managerment. 회사의 기존 고객, 신규 고객, 잠재고객 등의 정보를 저장하고 관리하는 서비스)통합, 문서 처리, 아이디어 검증까지 모두 AI로 처리한다. 그는 AI 도입 이전보다 생산성이 4배 높아졌다고 말한다.

이는 앞으로 벌어질 일의 전조일 수 있다고 FT는 전망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AI가 직업군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한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각 직무를 세부 활동 단위로 나누고, 봇이 해당 업무를 얼마나 쉽게 수행할 수 있는지를 평가한 결과다. 금융·기술업계 종사자와 기자들을 꽤 불안하게 하는 소식이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AI 적용 가능성이 가장 높은 주요 직업군은 다음과 같다. √영업, √컴퓨터 및 수학, √사무·행정 지원, √커뮤니티·사회 서비스, √예술·디자인·엔터테인먼트·스포츠·미디어, √비즈니스·금융 운영, √교육·도서관. MS의 분석은 20만 건 이상의 ‘빙 코파일럿(Bing Copilot)’ 사용자 상호작용 데이터를 기반으로 했다. 

단순히 말하면, 위 직업군에서 상단에 속한 직무일수록 AI로 대체하기 쉽다. 하단에 있는 직무일수록 대체는 어렵다. 즉, 인간과의 상호작용, 감성지능, 판단력이 많이 필요한 직종은 자동화 가능성이 낮다. 반면, 고급 기술과 높은 명성을 지닌 금융 직종은 의외로, 상당 부분 AI로의 대체 가능성이 높았다. 

금융 AI 툴을 둘러싼 기업들의 경쟁도 직원들에게 불길한 신호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은 지난해 5억 달러(약 6903억 5000만 원)에 리서치 플랫폼 ‘비저블 알파’를 인수했다. 블룸버그는 연간 2만6000 달러(약 3589만 8200 원)의 구독료를 정당화하기 위해 AI기반 분석툴(MODL)의 기능을 강화했다. 지난달 앤트로픽은 클로드에 S&P의 과거 데이터를 직접 통합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골드만삭스는 AI 에이전트가 투자위원회에 참여해 의사결정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투자사는 전체 애널리스트 팀이나 많은 블룸버그 단말기가 필요 없게 될 수 있다. 거대언어모델(LLM)이 더 저렴하게, 같은 데이터를 수집·처리할 수 있다. 

물론, 아직 인간이 유리한 분야도 있다. √주주 행동주의(Shareholder Activism)처럼 감정적·전략적 대응이 중요한 분야, √고객 대면 업무를 수행하는 은행가, √고위 전략 담당자가 그렇다. 하지만, 지난 20년간 금융시장을 지배해온 퀀트조차 완전히 안전하지는 못하다고 FT는 밝혔다. MS 보고서에 따르면, 수학·코딩 중심 업무 중 상당수는 AI로 대체 가능하다.

블룸버그 보도를 보면, 퀀트 헤지펀드 대기업인 ‘맨 그룹’은 자체 AI 시스템 ‘알파지피티(AlphaGPT)’를 개발해 연구 프로세스를 자동화하고 있다. 이 AI가 생성한 수십 개의 시그널이 투자위원회를 통과해 실거래에 투입될 예정이다. 

맨 그룹의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지앵 팽은 “퀀트 리서치에서 요즘 가장 큰 문제는 ‘정보 폭발’”이라며, “데이터와 논문이 너무 많다. 이를 제대로 활용하고, 기존에 불가능했던 복잡한 작업을 자동화하는 워크플로우를 만들고 싶다”라고 밝혔다.


이 변화는 채용에도 영향을 준다고 FT는 밝혔다. 과거 면접에서는, 지원자의 거래 아이디어를 분석하는 능력을 검증했다. 하지만, 이제는 네트워크가 강하고 사람을 잘 파악하는 트레이더가 더 가치 있을 수 있다. 신설 펀드회사에서 사이드는 스프레드시트 전문가 대신, 투자자·경영진과 교류에 능한 사람을 찾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AI는 팀 리스크를 줄여준다. AI는 보너스를 못 받아도 그만두지 않는다. 애널리스트가 퇴사하더라도, 모델은 남아 있다. 사이드는 “(옛 직장인) 밀레니엄은 AI를 빼갈 수 없다”고 말했다.

권세인 기자

[ⓒ데이터저널리즘의 중심 데이터뉴스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