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발행에 월마트·아마존·우버에서 JP모건까지 앞장”

FT, “글로벌 기업들의 주요 전략으로…결제 수수료 절감과 이자 수익 노려”

스테이블코인이 금융권은 물론, 디지털 플랫폼 회사들과 글로벌 유통사의 기업전략으로 잇따라 급부상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페이팔에 이어, 우버와 아마존, 월마트까지 자체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추진중이라고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최근 보도했다. 이들 기업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통해 결제 수수료 절감과 이자 수익을 노리고 있다. 

FT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은 비자·마스터카드 등의 글로벌 결제망을 우회, 카드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게 해준다. 연간 카드 수수료는 미국에서만 해도 2240억 달러(약 306조 6784억 원)에 달한다. 이 비용은 고스란히 소비자 가격에 반영된다.
 
이와함께,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기업은 보유 자산에서 나오는 이자 수익까지 가져갈 수 있다. 미국 스테이블코인 유에스디씨(USDC)의 발행사인 ‘서클(Circle)’은 작년 한 해 이자로만 17억 달러(약 2조 3274억 7000만 원)를 벌었다.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스테이블코인은 ▲가상화폐 거래나 ▲불법 활동에 주로 사용되는 등 금융의 변두리 분야에 불과했다. 하지만 현재 이 디지털 화폐는 미국 행정부의 주요 관심사가 됐다. 각 기업 이사회에서도 뜨거운 논의 주제로 떠올랐다.

FT에 따르면, 우버, BoA 같은 기업들은 자체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모색 중이다. 월마트, 아마존도 그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고 한다. 페이팔은 이미 자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했다. 비자, 마스터카드 같은 결제업체들도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투자와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사용자들은 비자, 마스터카드 같은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와 은행들이 독점하고 있는 결제 시스템을 우회,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로 결제할 때마다 발생하는 ‘가맹점 수수료(Interchange Fee)’는 판매자와 소비자가 부담하게 된다. 이 중 일부는 결제 네트워크에 지급되지만, 가장 큰 몫은 은행이 가져간다. 미국 카드 발급사는 평균 35%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신용카드 수수료는 마스터카드의 경우, 영국과 유럽에서는 약 0.2~~0.3%로 제한돼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1.5~~2%에 달한다.

반면, 가장 인기 있는 스테이블코인인 테더(Tether)의 경우, 송금 수수료는 몇 센트에서 몇 달러 수준. 또한 스테이블코인은 국경 간 송금 수수료를 절감하는 데도 활용될 수 있다. 현재 유통 중인 스테이블코인의 총 가치는 약 2500억 달러(약 341조 8000억 원)로 대부분 달러 기반이지만, 유로(EUR)나 금 기반의 스테이블코인도 있다. 대형 소매업체가 자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면 결제 수수료를 아낄 수 있을 뿐 아니라, 코인을 뒷받침하는 자산에서 이자도 얻을 수 있다.

은행들은 고객이 스테이블코인을 결제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FT는 밝혔다. BoA의 최고경영자(CEO)인 브라이언 모이니핸은 “사람들이 스테이블코인을 거래 계좌처럼 쓰기 시작하면, 예금은 은행산업의 외부로 대량 유출된다. 우리는 이런 상황을 막아야 한다”고 투자자들에게 말했다.

현재, 많은 은행이 예금과 수수료의 유출을 막기 위해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의 약점인 ‘상호 교환성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기술에 주력하고 있다. 미국의 대형 은행들은 젤(Zelle)과 유사한 공동 스테이블코인을 개발 중이다. 젤은 미국의 씨티은행, BoA, 제이피 모건 등이 공동으로 운영,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디지털 결제 시스템이다.

핀테크 기업 파이서브(Fiserv)는 다양한 은행이 사용할 수 있는 상호운용 스테이블코인(interoperable stablecoin)을 출시했다. 제이피모건은 ‘예금 토큰(deposit token)’이라는 대안도 개발 중이다. Fiserv의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모든 은행이 각자 스테이블코인을 만든다는 것은, 마치 은행마다 지폐 발행기를 들고 있는 것과 같다. 이는 비효율적이다”라고 말했다.

프랑스 은행인 소시에테제네랄(Société Générale)은 유로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운영 중이다. 일본의 소니은행은 엔화 기반 코인을 실험하고 있다. 결제업체인 스트라이프(Stripe)는 스테이블코인과 현지 통화를 연결하는 결제 네트워크를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모두가 스테이블코인을 환영만 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각국 중앙은행 관계자들은 스테이블코인이 진정한 ‘돈’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현실 세계에서 쓰려면 결국 다시 현금으로 전환해야 하기 때문에, ‘통화의 단일성(singleness of money)’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2019년 메타(Meta)는 ‘리브라(Libra)’라는 스테이블코인을 추진했지만, 개인정보 및 규제 우려로 무산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스테이블코인에 친화적이지만, 일부 법안은 빅테크가 미국 은행감독국(OCC)의 허가 없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지 못하게 제한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업계는 자회사 등을 이용하면 쉽게 우회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선진국에서는 결제 시스템이 이미 충분히 발달돼 있어 굳이 스테이블코인이 필요한지 의문”이라고 말한다. 기존 결제 시스템에는 사기 방지와 소비자 보호 장치가 있다. 신용카드는 특히 항공 마일리지 등 다양한 리워드 때문에 소비자 충성도가 높다. 미즈호의 애널리스트인 댄 돌레브는 “미국 소비자는 리워드에 민감해 결제 습관이 바뀌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장애물은, 고객이 스테이블코인을 구매하기 위해 현금을 묶어둬야 한다는 점.

씨티은행의 미래금융 싱크탱크는 스테이블코인이 기존 결제수단을 대체하기보다는 결제 옵션 중 하나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한다. 보스턴컨설팅그룹도 “스테이블코인은 예금계좌를 대체하기보다는 결제를 지원하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본다.

궁극적으로는 소비자들이 새로운 방식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지가 관건이다. 디지털 자산 인프라 회사인 파이어블록은 “사용자와 기업이 실제 가치를 체감할 수 있을 때 스테이블코인 채택이 늘어날 것”이라며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거나, 일상 속에서 너무나도 당연하게 사용되는 시점이 바로 그때”라고 밝혔다.

권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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