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뉴스=강동식 기자] SK텔레콤의 지주사 전환으로 요약되는 SK그룹 재편이 임박한 것으로 관측되면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최근 그룹 정기인사를 통해 최태원 회장의 복심으로 자리를 굳힌 박 사장의 역할이 확대되면서 향후 행보가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근 SK그룹의 현안은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이다. 그룹의 한 축을 맡아온 이동통신사업이 저성장기 접어들었고, SK하이닉스의 급성장과 케미칼 사업의 호조가 한풀 꺾일 전망이다. 이 같은 상황을 돌파할 방안의 하나로 SK텔레콤을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나누고 중간지주사 아래 SK하이닉스 등 ICT 계열사를 배치해 중간지주사 전환이 꼽힌다. 이를 통해 ICT 사업을 재편,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 작업은 자연스럽게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을 중심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박 사장은 신세기통신 인수, 하이닉스 인수, 도시바 반도체사업 인수, ADT캡스 인수까지 그룹의 초대형 인수합병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2015년 SK와 SKC&C가 합병해 통합 지주회사가 출범하는 과정도 주도했다. 이 때문에 2017년 SK텔레콤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을 때에도 그룹 지배구조 개편 추진과 맞물린 인사라는 관측이 나왔다.
최근 SK그룹 정기인사에서 박 사장의 역할이 늘고 가까운 인물들이 ICT 계열사 주요 보직으로 이동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해석된다. 이번 인사에서 박정호 사장은 SK텔레콤 사장과 SK브로드밴드 사장을 겸임하게 됐다. 향후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합병방안을 포함해 유선·무선·미디어 융합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SK텔레콤 유니콘랩스장을 맡아온 노종원 전무는 SK하이닉스 미래전략실장으로 이동했다. 노 전무는 박 사장과 함께 하이닉스와 도시바 반도체사업 인수를 추진한 인물로, 박 사장이 SK C&C에서 SK텔레콤으로 올 때 함께 옮겨왔다. SK하이닉스에서 신사업 발굴, 인수합병과 함께 지배구조 재편 관련 업무를 맡을 전망이다.
이번에 SK하이닉스에서 유일하게 사장으로 승진한 김동섭 사장의 역할도 주목된다. 김 사장은 지난해 7월 SK그룹에 영입돼 당시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이던 박 사장을 보좌했고, 지난 8월 SK하이닉스에 합류해 대외협력을 총괄해왔다. 박 사장과 마산고 동문이다.
유영상 SK텔레콤 코퍼레이트센터장은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SK텔레콤의 가장 큰 조직인 이동통신사업부(MNO)를 맡았다. 유 부사장은 SK C&C와 ㈜SK, SK텔레콤에서 주로 사업개발과 전략기획을 맡으며 박 사장과 손발을 맞췄다. 또 윤원영 SK텔레콤 통합유통혁신단장을 SK브로드밴드 총괄로 선임해 박 사장을 보좌하도록 했디.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의 용퇴도 결과적으로 박정호 사장을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재편 추진에 힘을 실을 전망이다.
박정호 사장은 2000년 대 초 3년 여간 최태원 회장 비서실장을 지낸 후 하이닉스 인수 등 굵직한 현안을 맡아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었다. 이 때문에 고 최종현 회장 시절 경영기획실장으로 그룹의 수많은 현안을 잘 처리해온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에 비견되기도 한다.
1965년 선경직물에 입사한 손 회장은 유공과 한국이동통신 인수 업무를 주도해 SK가 종합에너지와 정보통신 대표 기업으로 거듭나게 한 일등공신이다. 손 회장은 SK그룹을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전경련 회장까지 맡았다. 가장 성공한 전문경영인의 한 사람으로 꼽히는 손 회장이 과거 SK그룹의 성장에 지대한 역할을 했다면, 현재 박정호 사장에게 그 같은 역할이 주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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