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뉴스=유성용 기자] 삼성전자(대표 권오현·윤부근·신종균)가 지주회사 전환 검토를 공식 선언한 가운데 향후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29일 이사회를 열고 지주사 전환을 포함한 기업구조 재편 방안을 향후 6개월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이 지주사 전환을 공식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병상에 눕고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전면에 부상한지 2년 6개월 만이다.
재계는 삼성전자가 추후 삼성물산(대표 최치훈·김신·김봉영)과 삼성SDS(사장 정유성), 삼성생명(사장 김창수) 등을 활용한 지주체제 구축에 나설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실제 이상훈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현재 시점에서는 삼성물산과 합병을 검토한 것이 없다”고 말했지만 ‘현재’라고 시점을 못 박아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는 모습을 보였다.
우선 삼성전자 지주사 전환의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지난 10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제시한 인적분할 후 삼성물산과 합병 방안이다. 삼성물산은 이 부회장이 17.08%로 최대주주고, 오너 일가 및 특수관계 우호지분이 총 39.09%에 이른다.
삼성전자를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되면 이 부회장 등 오너일가는 두 회사에 각각 현재 지분율과 동일한 4.91%를 보유하게 된다. 그리고 삼성전자는 자사주 12.78%(3분기 보통주 기준)의 의결권을 되살리기 위해 지주사에 귀속시키며 지배력을 높이게 된다. 자사주는 의결권을 가지지 않지만 인적분할 후 지주사에 귀속되면 의결권이 되살아나는데, 이는 ‘지주사의 마법’이라 불린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인적분할 과정에서 삼성전자 지주사는 사업회사 주식을 맞바꾸는 지분스왑을 할 것”이라며 “이 부회장 등 기존 주주는 사업회사 가치가 더 높아 보다 많은 지주사 지분을 가질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변수는 있다. 지난 23일 국회 정무위소속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기업 분할 시 자사주를 소각하도록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삼성전자 지주사는 자회사 지분 20%를 보유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게 된다.
삼성전자 지배구조 개편에 있어 이 부회장이 9.2% 지분을 가진 삼성SDS(사장 정유성)도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SDS가 현재 추진 중인 IT서비스와 물류BPO 분할을 끝내고 22.58%로 1대 주주인 삼성전자와 17.08%의 2대 주주 삼성물산이 지분을 맞바꾸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삼성SDS IT서비스, 삼성물산은 물류 부문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게 된다.
삼성전자가 인적분할 하기 전에 삼성SDS를 흡수합병하는 방안도 점쳐진다.
상법상 삼성전자의 삼성SDS 흡수합병 결정 시 존속법인이 발행하는 신주가 발행주식의 10%가 넘지 않으면 주주총회 없이 이사회 승인만으로 결의가 가능하다. 현재 삼성전자(236조2000억 원) 시가총액은 삼성SDS(10조5000억 원)보다 22.5배 높다. 1년 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엘리엇의 반대 등 외부 입김에 휘둘릴 필요가 없다.
삼성전자가 삼성SDS를 현재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한 비율에 따라 합병을 가정할 경우 오너일가의 전자 보유 지분은 4.91%에서 5.32%로 높아진다. 이후 삼성전자가 인적분할 후 삼성물산과 합병하면 오너 일가는 더욱 높은 지분율을 가지게 된다. 이 방식이 현실활 될 경우 이 부회장 입장에서는 삼성SDS 주가가 삼성전자의 10분의 1에 가까이 가는 게 유리하다.
어떤 방식으로든 여기까지 지배구조 개편이 완성되면 삼성전자는 높은 배당 정책을 펼 가능성이 있다. 오너 일가가 지주사 배당으로 현금을 바로 받는 구조가 됐기 때문. 29일 삼성전자가 주주가치 제고 방안으로 올해 4조 원, 내년부터 분기별 실시 등 배당 확대 정책을 펼치기로 한 것도 이를 위한 사전 작업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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