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새벽 서울 한강변의 한 편의점. 운동복 차림의 20대 청년이 음료를 집어 들고 계산대 앞에 섰다. 지갑도, 스마트폰도 꺼내지 않았다. 단말기에 1초간 얼굴을 들이밀자 “결제 완료” 알림음과 함께 그는 다시 조깅을 시작했다. ‘얼굴이 곧 현금’인 시대가 한국에서 빠르게 현실이 되고 있다.
얼굴인식 결제 서비스를 앞세워, 국내 간편결제 시장의 양대 공룡인 토스와 네이버가 오프라인 결제 시장의 패권을 두고 본격적인 각축전에 돌입했다. 토스의 ‘페이스 페이’와 네이버의 ‘페이스 사인’이 편의점·카페·프랜차이즈 등 일상 매장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따라, 삼성페이가 홀로 지배해온 오프라인 결제 시장의 지형이 빠르게 요동치고 있다.
토스, 7개월 만에 전국민 10% 가입…“3년 내 실물카드 퇴출”
토스의 페이스페이는 현재 누적 가입자가 480만 명을 넘어서고, 가맹점은 33만 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토스는 2025년 3월 페이스 페이의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같은 해 9월 정식 출시로 전환했다.
누적 가입자 수는 출시 약 5개월 만에 200만 명을 돌파했다. 이후 가입 속도는 더욱 가팔라졌다. 지난해 12월 기준 페이스페이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전월 대비 180% 이상 증가했다.
토스 페이스페이의 가장 큰 강점은, 금융 슈퍼앱 생태계와의 통합. 토스는 ‘아무것도 필요 없는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갤럭시 유저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삼성페이가 ‘지갑이 필요 없는 시대’를 열었다면, 토스는 스마트폰조차 없어도 결제가 되는 다음 단계를 선언한다는 것.
보안 체계도 다층적으로 설계됐다. 실제 사람 여부를 판별하는 ‘라이브니스’ 기술, 유사 얼굴을 정밀 구분하는 안면인식 모델, 24시간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이 탑재됐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사전적정성 검토를 통과한 국내 유일의 얼굴 결제 서비스이기도 하다. 부정 결제 발생 시 피해 금액 전액을 토스가 보상하는 ‘안심보상제’도 운영 중이다.
페이스페이의 2026년 4월 기준 인지율은 69%로 높아졌지만, 이용 의향은 26%에 그친다는 점도 지적된다. 개인정보 우려와 필요성이 낮다는 것이 주된 이유로 꼽혔다. 이에대해 토스 관계자는 “3년 안에 한국에서 실물 신용카드를 없애는 것이 목표”라고 밝히고 있다.
네이버, ‘페이스 사인’으로 맹추격… 플랫폼 생태계가 강점
이에 맞서, 네이버페이는 지난해 11월 자사 오프라인 결제 단말기인 커넥트에 ‘페이스사인’ 기능을 추가했다. 사용자는 앱에서 얼굴과 카드 등 결제 수단을 등록하면 된다.
단말기는 정면·측면을 포함한 3차원의 얼굴 데이터를 기반으로 암호화된 특징값을 비교한다. 원본 사진은 저장하지 않는다.
네이버의 진짜 무기는 결제 그 자체가 아니라 ‘데이터 생태계’다. 소비자가 네이버 검색과 지도로 매장을 발견하고, 예약하고, 커넥트로 결제·리뷰까지 남기면, 이 데이터가 다시 검색 노출과 추천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라는 것.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실적 발표에서 “오프라인 거래 데이터 확보를 통한 AI 경쟁력 강화와, 오프라인 상거래 생태계 선점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이와관련, 핀테크업체 고위 관계자는 “네이버의 커넥트는 검색에서 플레이스 예약, 지도, 결제, 리뷰, 포인트 적립까지, 단절 없이 연결되는 소비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이라며 “여기에 인공지능(AI)탭·쇼핑 에이전트를 붙이면, 초개인화된 추천까지 완결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핀테크 업계는 단기 확산에서는 토스가 앞서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유입과 데이터가 결합된 네이버가 영향력을 키울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 토스가 ‘속도’와 ‘결제 단독 경험’을 내세우고 있다. 반면, 네이버는 ‘생태계 연결성’과 ‘AI 데이터 전략’으로 후발의 열세를 역전하겠다는 포석이라는 것.
지문·홍채·정맥·음성 등도 가세, 생체결제 결합 경쟁
해외에서도 얼굴인식 결제는 가장 자연스러운 이용자 경험(UX)이라는 점 때문에 빠르게 확산중이다. 알리페이의 스마일투페이, 애플의 페이스 아이디(ID)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넘어야 할 산도 있다. 비밀번호와 달리 얼굴은, 데이터가 외부로 유출돼도 변경이 불가능하다. 성형수술이나 체중 변화 시 인식 오류가 생길 수 있고, 고령층·장애인에게는 또 다른 디지털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얼굴인식이 주목을 받고 있지만, 생체결제 기술의 스펙트럼은 이보다 훨씬 넓다. 지문, 홍채, 손바닥 정맥, 음성, 혈관 패턴 정맥 등 다양한 신체 특징이 결제 인증에 활용되고 있다.
지문 인식은 가장 성숙된 기술로, 광범위하게 채택돼 있다. 애플의 터치 아이디를 비롯, 삼성페이, 구글페이 등 스마트폰 기반 결제 인증의 표준이다. 다만, 나이가 들수록 지문이 변화한다는 점과, 물기·상처 시 인식이 저하된다는 점, 그리고 손가락 위조 가능성 등이 문제로 지적된다.
홍채 인식은 260개 이상의 특징점이 있어 지문보다 정밀하다는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삼성 갤럭시의 일부 모델과, 알리페이 플러스의 글라스페이(스마트글라스 홍채 결제) 등에 적용되고 있다. 공항 출입국 심사에서는 이미 활성화돼 있다. 다만, 스캐너 비용이 고가이고, 안경·선글라스 착용 시 인식에 제한이 있으며, 조명 조건에 민감하다는 점은 단점으로 꼽힌다.
손바닥 정맥은 피부 아래의 정맥 패턴을 활용한 기술로, 위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2025년 출시된 알리페이 피엘(PL)1, 2026년 시작된 제이피모건 서비스, 위챗페이의 베이징 지하철 등으로 상용화돼 있다. 선도업체는 히타치·후지쯔. 단말기 비용이 비싸고, 고령자 정맥 인식률이 낮다는 점은 단점이다. 인프라 신규투자도 필요하다.
음성 인식은 아직 결제의 독립수단으로는 미성숙한 상태다. 화자를 검증하고 식별 기술이 연구되고 있다. 일부 금융사는 전화 인증, 스마트 스피커 결제 등을 검토하고 있다. 배경 소음에 취약하고, 녹음 위변조 리스크도 상존한다. 감기 등 건강 상태에 따른 오인식도 문제다.
시장조사기관인 마켓리서치 인텔렉트에 따르면, 글로벌 생체 인증 시장은 2024년 65억 달러(9조 6934억 5000만 원)에서 2033년 186억 달러(약 27조 7381억 8000만 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2026~2033년 연평균 예상 성장률은 15.7%에 달한다. 기업들은 단일 생체인증을 넘어, ‘얼굴+지문’, ‘얼굴+손바닥 정맥’을 결합한 ‘멀티모달 인증’을 다음 단계로 추진하고 있다.
권선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