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엔지니어링의 수주잔고가 5년 연속 증가 흐름을 멈추고 올해 들어 급격히 축소됐다. 연초 중대재해 여파로 수주 일정이 지연되면서 해외수주 부진까지 겹쳤다. 이에따라 향후 외형 성장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6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현대엔지니어링의 올해 3분기 말 기준 수주잔고는 27조233억 원으로 지난해 말(34조8247억 원) 대비 22.4% 감소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2018년 23조5522억 원에서 2024년 34조8247억 원까지 6년간 단 한 번도 줄지 않고 증가해 왔다.
이 같은 흐름은 연초 발생한 안전사고 이후 건축·주택 부문의 수주가 중단되면서 올해부터 하락세로 전환됐다. 국내 수주잔고는 지난해 말 23조3533억 원에서 올해 3분기 말 18조9074억 원으로 19.0% 줄었고, 같은 기간 해외 수주잔고도 11조4161억 원에서 8조1159억 원으로 28.9% 축소됐다.
해외수주 부진은 더 두드러진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22~2023년 해외수주 3위, 2024년에는 60억4159만 달러를 기록하며 2위까지 올랐지만, 올해는 10월 말 기준 12억8627만 달러로 78.7% 감소하며 순위가 6위로 떨어졌다. 주요 플랜트·인프라 프로젝트의 발주 일정이 지연된 데다 안전관리 강화 요구까지 겹치며 경쟁사 대비 회복 속도가 더딘 것으로 분석된다.
실적에서도 둔화 조짐이 나타났다. 올해 1~3분기 누적 기준으로는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9.6% 증가한 2479억 원을 기록했으나, 3분기 단독 영업이익은 33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6% 감소했다. 2분기(1101억 원)와 비교하면 69.5% 줄었다. 이로 인해 신규 수주 공백이 지속될 경우 내년부터 매출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그룹 차원의 대규모 투자 계획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국내에 125조2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으며, 미국에도 260억 달러(약 35조 원)를 투입할 계획이다.
올해 9월 말 기준 현대자동차, 기아, 현대제철 등 그룹사에서 발주한 국내 공사가 진행 중이고, 미국 HMGMA 현대차공장·글로비스공장, 인도 푸네 현대차공장 등 해외 공사 경험도 있어 그룹 물량이 향후 신규 수주 회복의 발판이 될지 주목된다.
성수아 기자 sa358@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