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모태 애경산업까지 파는 AK홀딩스, 급한 불 끄나

유통 부진, 제주항공 참사 등 악재 겹쳐 부채비율 치솟아…2020년 말 233.9%에서 지난해 말 328.7%로 139%p 상승

[취재] 그룹 모태 애경산업 판 AK홀딩스, 급한 불 끄나
애경그룹이 재무 위기 속에서 모태 기업 애경산업을 결국 매각한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애경그룹은 애경산업 주식 매각과 관련해, 태광산업과 티투프라이빗에쿼티와 유안타인베스트먼트가 결성한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주식매매계약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매각 대상은 AK홀딩스와 애경자산관리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경영권 지분 63.38%로, 거래 금액은 4000억 원 후반대로 알려졌다.

지주사 AK홀딩스의 재무 악화를 해소하기 위해 핵심 계열사인 애경산업을 태광그룹에 넘기기로 한 것이다. 

AK홀딩스는 AK플라자 실적 부진과 제주항공 참사 등 잇따른 악재로 재무 부담이 크게 늘었다. 실제 부채비율은 2020년 말 233.9%에서 2023년 말 310.6%로 치솟았고, 지난해 말에는 328.7%까지 확대됐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는 372.9%까지 올라 5년 새 139%p 이상 상승했다.

지주사의 부채비율이 치솟으면서 애경그룹은 그룹 상징성을 지닌 애경산업을 결국 내놓는 결정을 내렸다. 업계에서는 이번 매각으로 유동성을 확보해 단기적인 재무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애경산업은 애경그룹의 모태 기업으로, 치약 2080, 샴푸 케라시스 등 생활용품과 화장품(‘AGE 20’s’, ‘루나’)을 양축으로 사업을 전개해왔다. 

과거에는 화장품 부문이 영업이익의 80% 이상을 책임질 정도로 수익성이 높았으나, 최근에는 중국 시장 부진 등으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약 3224억 원, 영업이익은 17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9%, 49.3% 줄었다.

한편, 일각에서는 그룹의 모태 기업을 매각하는 만큼 애경그룹의 정체성과 향후 성장 전략에 적잖은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수민 기자 osm365@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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