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과 카카오가 미등기임원을 대폭 늘렸다. 국내 주요 기업들이 보수적으로 임원인사를 단행, 임원수를 줄이는 추세를 감안하면 주목할만한 행보다.
21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30대 그룹의 주력 계열사 30곳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2024년 말 미등기임원 합계는 3423명으로, 1년 전(3425명)보다 2명 줄었다.
전년에 비해 미등기임원을 줄인 기업이 16개로, 늘린 기업(14개)보다 2곳 많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HDC현대산업개발과 카카오가 미등기임원을 두 배 이상 늘려 배경이 관심을 모은다.
HDC현대산업개발은 2023년 말 10명이던 미등기임원을 지난해 말 34명으로 240.0%(24명) 늘렸다. 이 회사의 미등기임원은 2023년까지 10명에서 14명 사이에서 유지됐으나 지난해 말 대폭 늘었다.
미등기임원 평균 연봉은 2023년 2억3700만 원에서 지난해 1억3100만 원으로 1억 원 이상 줄었다. 초급 임원이 크게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책임과 권한을 더 명확히 하기 위해 임원을 대폭 늘렸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임직원의 책임과 권한을 명확히 하기 위해 인사체계를 개편했다”며 “이에 따라 통해 1급 직원이던 상무보 직급을 임원에 포함시켰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지난해 상반기 미등기임원을 대폭 늘렸다. 2023년 말 17명에서 지난해 말 60명으로 43명(252.9%) 증가했다. 증가한 임원수와 증가율 모두 30개 기업 중 가장 컸다.
카카오는 수평적 조직문화를 지향해 미등기임원을 따로 두지 않다가 2021년 10월 임원 직급을 도입하면서 C레벨 위주로 10명의 미등기임원을 선임했다, 이후 2023년까지 미등기임원 수를 20명 미만으로 유지하다 지난해 대폭 늘렸다.
카카오는 전문성과 책임감 강화는 물론,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임원 선임 대상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미등기임원이 되면 주식 매매, 스톡옵션 행사가 모두 공시 대상이 되는 등 투명성이 강화될 수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예전 조직체계에서는 부문장, 그룹장, 사내독립기업(CIC) 대표까지 미등기임원이었는데, 지금은 사실상 임원인 성과리더까지 전부 미등기임원이 된다”며 “책임감과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미등기임원 선임 대상을 늘렸다”고 말했다.
강동식 기자 lavita@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