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기간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의 원칙으로 여겨졌던 이른바 ‘60세룰’이 옛이야기가 됐다. 내년 삼성 주요 계열사 CEO 4명 중 3명이 60세 이상이다. 경영환경의 변화속도가 빠르고 고도성장이 꺾이고 있는 상황이 경험과 경륜 가치를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2일 데이터뉴스가 삼성그룹 연말 임원인사 내용을 분석한 결과, 삼성그룹의 16개 상장계열사 대표이사 20명(대표 교체 기업은 내정자 기준)의 평균 연령이 60.3세로 집계됐다.
최근 삼성그룹 상장계열사 CEO의 평균연령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022년 58.8세에서 지난해 59.8세로 1.0세 많아진데 이어 올해 다시 0.6세 올라가면서 60세를 넘겼다.
이같은 평균연령은 한동안 삼성그룹에 비공식적으로 작용해온 것으로 알려진 60세룰과는 크게 다른 모습이다.
삼성그룹은 이건희 선대 회장 때부터 암묵적으로 만 60세의 계열사 대표이사를 물러나게 하는 방식을 적용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같은 모습이 점차 희석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CEO 평균연령이 만 60세를 넘은 것은 이같은 원칙이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54세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평균연령을 낮췄지만, 전체적으로 연령대가 높아지면서 60세를 넘겼다. 20명의 삼성그룹 상장계열사 CEO 중 75%인 15명이 만 60세 이상이다.
최성안 삼성중공업 부회장이 64세로 가장 많고,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이 63세로 뒤를 잇는다. 또 62세인 대표이사가 오세철 삼성물산 사장을 비롯해 4명, 61세인 CEO도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을 비롯해 4명, 60세인 대표가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을 비롯해 6명이다.
반면, 50대 CEO는 이부진 사장을 비롯해 이문화 삼성화재 사장(57세), 정석목 멀티캠퍼스 사장(58세), 남궁홍 삼성엔지니어 사장(59세), 박종문 삼성증권 사장(59세) 등 5명으로 25%에 머문다.
실제로 삼성그룹 상장계열사의 CEO 중 60대 이상 비중은 매년 빠르게 늘고 있다. 2022년에는 대표이사 중 60대 이상이 35.0%(20명 중 7명)에 그쳤고, 지난해에는 57.1%(21명 중 12명)으로 절반을 넘었고, 올해는 지난해보다 18%가량 늘어났다.
코로나19, 미중 갈등,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 등 경영환경이 어려워지면서 인적쇄신보다 경험 많은 노련함이 부각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삼성그룹 상장계열사 대표이사의 유임 비중이 크게 늘어났다. 2022년에는 20명 중 6명이 교체된 반면, 지난해는 비금융 계열사에서 3명, 올해는 금융 계열사에서 3명을 바꿔 2022년에 비해 교체폭이 절반에 그쳤다.
김민지 기자 hoenst@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