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호 DB그룹 회장이 취임 3년만에 '김남호 라인'을 형성하면서 경영색깔을 분명히 했다. 대부분 대기업들이 올해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응, 대표이사 유임 기조를 유지한 상황에서 김 회장은 상장계열사 CEO 4명을 새로 선임하며 과감한 행보를 보였다. 신임 CEO 연령층도 모두 1960년대생으로 구성했다.
19일 데이터뉴스가 DB그룹 상장사 대표이사 이력을 분석한 결과, 상장사 4곳 중 3곳의 CEO가 교체되거나 추가됐다. 2세 경영을 본격화한 김 회장이 올해 사장단 인사를 통해 조직 쇄신과 세대교체 의지를 동시에 표출 했다는 분석이다.
이번 사장단 인사에서 김 회장은 정종표 DB손해보험 대표, 곽봉석 DB금융투자 대표, 황규철 DB하이텍 대표, 조기석 DB하이텍 대표를 새로 선임했다.
DB손해보험은 단독대표 체제에서 정 대표를 투입해 각자대표 체제를 구축했고, DB하이텍의 경우 단독대표 체제에서 각자대표 체체로 변경, 두사람의 신임 CEO를 투입했다.
특히 김 회장은 DB그룹 사업구조를 보험·금융·제조서비스 3개 축으로 개편, 각각의 전문성을 강화했다. 취임 후 3년 만에 2세 경영을 본격화하며, 자기 색깔을 분명히 했다는 평가다.
김 회장은 2020년 7월 아버지이자 창업주인 김준기 전 회장의 뒤를 이어 취임했다.
김 회장은 취임 이후 반도체 계열사인 DB하이텍을 고성장 시키며 캐시카우로 부상하게 했다. 연간 매출이 2019년 8074억 원에서 2020년 9359억 원, 2021년 1조2147억 원으로 지속 성장했다. 작년 3분기 누적 매출은 1조2781억 원으로 2021년 연간 매출을 넘겼다. 영업이익은 6151억 원이다. 2021년 연간 영업이익(3991억 원)의 약 두배 수준이다.
이 회사는 파운드리 사업부(반도체 수탁생산)와 브랜드 사업부(설계 개발)로 나뉘어졌다. 이번 인사를 통해 조기석 대표는 파운드리 사업부를, 황규철 대표는 브랜드 사업부를 맡게 됐다. 회사 관계자는 "사업 전문성과 책임 경영을 강화하기 위함"이라고 전했다.
DB손해보험은 10년 넘게 이어오던 김정남 부회장 단독대표 체제에서 정종표 사장을 추가 선임하며 각자 대표 체제를 구성했다. 김 부회장이 보험그룹장을 맡는다. 김 부회장은 앞으로 그룹 생·손보 사업의 굵직한 결정을 지원, 감독하게 되고, 정 사장이 DB손해보험의 경영 실무 전반을 챙긴다.
2010년부터 DB금융투자 수장을 맡았던 고원종 전 대표는 금융그룹장에 선임됐다. DB금융투자 대표에는 곽봉석 부사장이 취임됐다. 곽 대표의 주요 과제는 실적 개선이다. 2021년 1268억 원의 역대 최대 순이익을 기록했던 이 기업은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이 169억 원에 그쳐 전년 동기(1066억 원) 대비 84.1% 급감했다.
신임 대표들은 모두 1960년대생으로 세대교체에 성공했다. 정 대표는 1962년, 곽 대표는 1969년, 황 대표와 조 대표는 1964년생이다.
기존 대표이사인 김정남 DB손해보험 대표, 문덕식 DB아이엔씨 대표, 강운식 DB아이엔씨 대표는 각각 1952년, 1956년, 1958년생이다.
이수영 기자 swim@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