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그늘용담은 제주도 1500m 이상 고지인 윗세오름 일대에서만 핀다. 사진=조용경
5월 중순부터 6월 중순 사이에 한라산 고지대의 풀밭에서 큰구슬붕이를 닮은 거꾸로 선 종 모양의 하얀 꽃들이 바람에 살랑거리는 모습을 만날 수 있습니다.
'흰그늘용담' 입니다. 쌍떡잎식물로 용담과에 속하는 두해살이풀입니다.
제주도의 영실에서 윗세오름으로 오르다 보면 1500m가 넘는 등산로 주변과 선작지왓 습지 부근의 풀밭에 작은 별을 닮은 하얀 꽃들이 깔려있는 모습은 가히 환상적이라 할 수도 있답니다.
2000년대 중반의 몇 년 동안은 이 흰그늘용담의 매력에 빠져서 4~5년 동안 매년 5월 말이면 윗세오름을 찾아가곤 했었지요.
그때쯤 선작지왓 일대를 붉게 물들이는 산철쭉 아래에서 피는 예쁜 '흰그늘용담'은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매력을 지니고 있답니다.
흰그늘용담은 용담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식물이다. 사진=조용경
4월 말경이 되면 땅속으로 곧추 들어간 뿌리 끝에서 1.5cm 크기의 작은 잎들이 모여나는데, 잎은 달걀모양이고 끝이 뾰족합니다. 잎 가장자리는 반투명의 막질(膜質)로 쌓여 있습니다.
꽃은 5~6월에 5cm 길이의 줄기 끝에 하얀색의 꽃이 한 송이씩 위를 향해 달리는데, 꽃의 끝부분에는 점 같은 작은 돌기가 있습니다. 꽃받침은 가운데 부분까지 다섯 가닥으로 갈라지고, 갈래조각은 바소꼴이며 끝이 뾰족합니다.
다섯 개의 수술과 하나의 암술이 화관통 속에 들어 있습니다.
꽃 이름은 흰그늘용담이지만 그늘에 피는 꽃이 아니라 햇살이 가득한 양지쪽에서 자란답니다.
흰그늘용담의 꽃말은 애수 혹은 긴추억이다. 사진=조용경
흰그늘용담의 꽃말은 '애수' 혹은 '긴 추억'이라고 합니다. 파란 하늘 아래 풀밭에 하얗게 깔리다시피 핀 모양이 '태양을 사모하는 짝사랑의 슬픔'이라도 느끼게 하는가 봅니다.
제주도의 생태시인인 '유유'는 이렇게 '흰그늘용담'을 노래했습니다.
“햇볕에 갈증 난 이 몸이/ 어찌 그늘에 살까/ 그늘을 먹고 자라면/ 음악이 되고/ 그림은 밝은 빛으로/ 다시 백지가 된다 하지만/ 음악도 미술도 알 수 없는/ 높은 곳에선/ 오로지 태양만을/ 사랑하고파라”
우리나라에는 제주도에서만 자생하는 제주특산식물입니다.
평안북도 일대와 시베리아, 만주, 중국 등지에 분포합니다. 관상용으로 인기가 높은 식물입니다.
조용경 객원기자 / hansongp@gmail.com
야생화 사진작가
전 포스코엔지니어링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