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초의 잎은 계란형이며, 잔털이 많고, 둔한 톱니가 있다. 사진=조용경
4월에 접어들면 우리나라 곳곳의 야산 계곡 부근에서, 가늘고 긴 꽃줄기 끝에 달린 연보라색 혹은 자주색의 꽃 뭉치들이 하늘거리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앵초라는 꽃입니다.
앵초는 쌍떡잎식물이며 앵초과의 여러해살이풀에 속하는 꽃으로, 뿌리에서 모여나는 잎은 계란형 또는 타원형을 이룹니다.
잎 가장자리는 얕게 갈라지며, 둔한 톱니가 있고, 잎 전체에 가늘고 부드러운 털이 덮여 있습니다.
꽃은 4월 중순에서 시작하여 5월에 주로 피고 잎 사이에서 올라온 가늘고 긴 꽃줄기에 여러 송이가 산형꽃차례를 이루어 달립니다.
앵초는 4월 중순 이후 야산의 계곡 부근에서 무리를 지어 핀다. 사진=조용경
대부분 연보라색 아니면 자주색이지만, 드물게는 흰색의 꽃이 피기도 합니다. 흰 꽃은 워낙 귀해서 야생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흰 꽃을 만나면 '운수대통한 날'이라며 좋아하지요.
화관은 지름 2~3cm이며 끝이 5갈래로 갈라져서 수평으로 퍼지고 그 끝이 오목하게 파여져 있습니다.
연약한 꽃줄기 끝에 달린 꽃이 어찌나 하늘거리는지, 사진을 찍다 보면 조심조심 내뿜는 입김에조차 살랑대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사진 찍기가 쉽지만은 않은 꽃이랍니다.
앵초의 꽃말은 꽃의 모양이 열쇠를 닮았다 하여 ‘행복의 열쇠’라고도 하고, ‘사랑의 묘약’으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셰익스피어의 비극 ‘겨울 이야기’에서 앵초는 ‘결혼도 하지 못하고 빈혈증으로 죽은 처녀의 창백한 원혼’을 상징하는 꽃으로 묘사되고 있지요.
앵초의 꽃말은 행복의 열쇠 혹은 사랑의 묘약이다. 사진=조용경
부부시인이기도 한 김내식 시인에게는 ‘앵초’는 어두운 주위를 밝혀주는 등불이고, 외로운 이웃을 위한 빛이 되는 꽃으로 다가왔던가 봅니다.
“해마다 봄이 오면 고사리 뜯는 철에 찾아가는 숲 속 골짜기 / 개울가 앵초 꽃이 어김없이 올해도 피었습니다 / 내면의 불꽃이 밖으로 피어 어둔 주위를 환하게 밝혀줍니다 / 햇살과 별빛, 달빛 조금씩 모아 꽃이 되어 외로운 이웃에게 빛이 됩니다.”
앵초 속의 식물들은 우리나라 중국, 시베리아, 북유럽 등 고위도 지역에 주로 분포합니다. 뿌리에 사포닌 성분이 들어 있어 유럽에서는 뿌리를 감기, 기관지염, 백일해 등의 치료제로 사용해 왔다고 합니다.
이번 봄에는 가까운 자생지로 가서 ‘행복의 열쇠’ 한 번 찾아보시죠.
조용경 객원기자 / hansongp@gmail.com
야생화 사진작가
전 포스코엔지니어링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