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나팔꽃은 귀화식물이며, 덩굴성의 식물이다. 사진=조용경
한여름에서 초가을 사이에 야산의 절개지나 밭두렁 같은 곳을 지나다 보면 긴 덩굴의 잎겨드랑이에 나팔꽃과 흡사한, 그러나 나팔꽃보다는 훨씬 작은 흰색의 꽃들이 다닥다닥 매달린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애기나팔꽃' 입니다. 쌍떡잎식물이며 메꽃과에 속하는 한해살이풀입니다.
'애기나팔꽃'은 북아메리카가 원산인 귀화식물인데, 야생화 도감 같은 데서는 주로 경기도와 인천 지역에서 볼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그러나 번식력이 강한 탓인지 지금은 우리나라 전역에서 발견되고 있습니다.
애기나팔꽃의 줄기는 덩굴성으로 다른 식물을 휘감거나 땅 위로 뻗어가기도 합니다.
애기나팔꽃은 다른 식물을 휘감고 올라가는 성질 때문에 유해외래식물로 지정됐다. 사진=조용경
길이는 2m 내외이나, 더러는 3m 이상으로 뻗기도 합니다. 전체에 짧은 흰색 털이 나 있습니다.
잎은 어긋나기하며, 계란형 또는 원형으로 끝은 길게 뾰족하고 잎 가장자리는 밋밋합니다. 길이와 폭이 각각 5~9cm 정도이며 흰색 털이 드문드문 나 있습니다.
꽃은 7~10월 사이에 흰색 또는 연분홍색으로 피며, 잎겨드랑이에서 나온 꽃자루에 1~3개씩이 달립니다. 꽃잎은 나팔 모양이고, 지름은 1.5~2.0cm 정도로 작은 편이며, 끝은 오각형의 별 모양으로 살짝 갈라집니다. 꽃잎 가장자리 부분이 자주색을 띠는 것도 있습니다.
씨방은 두 개의 방으로 나누어져 있고, 열매는 공처럼 둥글며, 만지면 터져 나가는 삭과형입니다.
애기나팔꽃의 꽃잎은 나팔모양이고, 끝이 오각형의 별모양으로 살짝 갈라진다. 사진=조용경
애기나팔꽃의 꽃말은 '허무한 사랑' 혹은 '풋사랑'이라고 하네요.
시골의 밭두렁, 혹은 담장 위로 뻗어가며 곱게 피다가도, 어느 날 밭을 매는 손길에 의해 잡초 취급을 당하며 우악스럽게 뽑혀 사라지기도 하기에 그런 꽃말이 붙은 건 아닐까요?
제주도에 거주하는 시인 '유유' 는 '침묵의 애기나팔꽃'이라는 시에서 이렇게 노래 했습니다.
“들리는 듯 하지만/ 허무한 사랑의 하소연일까 두려워/ 눈 감고 지나치는 동네 길가의/ 애기나팔꽃 피어있는 돌담/ 단내 나는 하얀 속살에/ 무슨 사연 그리 있을까마는...”
그런데 참 예쁜 이 애기나팔꽃을 농촌진흥청에서는 우리 농업을 위협하는 '외래 악성 잡초' 166종의 하나로 지정했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사람이라면 공존의 지혜를 알려주고 싶은데….
조용경 객원기자 / hansongp@gmail.com
야생화 사진작가
전 포스코엔지니어링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