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메양귀비는 백두산의 천지 등, 우리나라에서 가장 고지대에서 피는 꽃이다. 사진=조용경
7월 중순에서 8월 초순 사이에 겨레의 영산(靈山) 백두산에 올라가 보신 분들은 산 중턱에서부터 천지에 이르기까지 군데군데 물결치듯 하늘거리며 피어있는 연한 노란색의 꽃을 보셨을 것입니다. 이 꽃이 바로 ‘두메양귀비’입니다.
두메양귀비는 양귀비과에 속하는 두해살이식물로서 백두산의 1500~2500m 사이 고지대 화산석 사이에서 무리지어 자랍니다. 조선앵속, 혹은 두메아편꽃이라고도 부릅니다.
백두산 천지 부근에서 피는 꽃이니 우리 한반도의 가장 높은 곳에서 피는 꽃이라고 해도 될 것 같네요.
두메양귀비라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겠지만, 이 꽃에는 아편성분인 모르핀을 비롯해서 아편 알칼로이드가 들어 있지만 극히 미량이어서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라고 합니다.
두메양귀비꽃에는 모르핀이 들어 있지만 극히 미량이어서 무해하다. 사진=조용경
두메양귀비의 잎은 땅속에 단단히 박힌 긴 뿌리에서 뭉쳐나는데, 조금 긴 잎자루에, 달걀 모양의 타원형을 이루며 한두 차례 깃털 형태로 갈라집니다.
줄기는 잔털이 빽빽하게 나 있고, 한 가닥 또는 2∼3가닥으로 곧게 또는 비스듬하게 자라며 높이는 5~10cm정도입니다.
7∼8월에 걸쳐 연한 노란색 혹은 베이지색을 띤 꽃이 꽃줄기 끝에 한 송이씩 달립니다. 2개의 꽃받침 조각은 타원형의 배[舟] 모양을 하고 있으며, 꽃잎은 4개로 원형이며 지름은 2cm 내외입니다.
암술대는 방사형으로 씨방을 우산모양으로 덮어서 보호합니다.
연한 노란색 혹은 베이지색의 두메양귀비 꽃이 무리지어 하늘거리는 청초한 모습을 뷰파인더로 들여다 보면 그 환상적인 아름다움은 가슴이 저리게 합니다.
연한 노랑색의 두메양귀비가 하늘거리는 모습은 황홀감을 준다. 사진=조용경
일찍이 백두산을 다녀 온 ‘신경림’ 시인은 “별들이 다닥다닥 붙은 / 백두산의 하늘은 끝내 펼쳐지지 않고 / 대신 떴다 감았다 하는 눈앞에 / 수천 수만 송이의 녹황색 두메 양귀비가 어른거린다” 고 노래했습니다.
언젠가 몽골의 흡스골(Khovsgol) 호수를 다녀 온 적이 있는데, 호수 인근에 두메양귀비가 초원을 뒤덮다시피 피어있는 모습을 보고 황홀한 나머지 가던 일정을 멈추고, 그 자리에서 몇 시간을 머물렀던 기억이 있습니다.
두메양귀비의 꽃말은 ‘망각’, ‘망상’, ‘꿈길’ 등입니다. 마치 꿈에나 본 듯한 아련한 두메양귀비의 모습과 어울리는 말들이죠?
꽃을 좋아하시는 분은 ‘꼭’ 봐야 할 사랑스러운 우리 꽃입니다.
조용경 객원기자 / hansongp@gmail.com
야생화 사진작가
(사)글로벌인재경영원 이사장
전 포스코엔지니어링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