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엉겅퀴의 잎은 곤드레비빔밥의 재료로 쓰인다. 사진=조용경
혹시 ‘곤드레 비빔밥’을 모르시는 분이 계실까요?
솥바닥에 들기름을 살짝 두르고, 쌀 위에 곤드레나물을 얹어서 밥을 지은 다음 양념장이나 강된장에 비벼 먹으면 입안 알싸한 향기가 가득 퍼집니다.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를 만큼 맛이 기가 막히지요.
그런데 그 곤드레나물이 여름철에 예쁜 야생화를 피우는 '고려엉겅퀴'의 잎이라는 사실을 아는 분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고려엉겅퀴는 쌍떡잎식물로 초롱꽃목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뿌리가 땅 속으로 곧게 뻗으며, 높이는 약 1m까지 자랍니다. 가지는 사방으로 퍼지는데, 뿌리에서 나온 잎은 꽃이 필 때 시듭니다.
고려엉겅퀴는 7~9월 사이에 자주색 꽃이 가지 끝에 달린다. 사진=조용경
줄기에 달리는 잎은 긴 타원형의 달걀 모양으로 아래쪽 잎은 잎자루가 길고 위쪽 잎은 잎자루가 짧습니다. 잎의 앞면은 녹색으로 털이 있으며, 뒷면은 흰색으로 털이 없고 가장자리에는 가시 같은 톱니가 있습니다.
7월에서 9월 사이에 지름 3∼4cm의 붉은색 혹은 자주색 꽃이 원줄기와 가지 끝에 한 송이씩 핍니다. 한꺼번에 수많은 꽃송이가 매달려 바람에 살랑거리는 모습은 아름답기 그지 없습니다.
고려엉겅퀴는 주로 높고 깊은 산에서 자라는데, 바람이 불면 줄기가 이리저리 흔들리는 모습이 마치 술에 취한 것 같다고 하여 ‘곤드레’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고려엉겅퀴는 바람에 살랑거리는 모습이 술 취한 사람 같아서 곤드레라고도 부른다. 사진=조용경
고려엉겅퀴의 꽃말은 ‘건드리지 마세요’ 랍니다. 어쩌면 자꾸만 흔들어 대는 심술쟁이 바람을 보고 하는 말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고려엉겅퀴는 엉겅퀴의 일종으로 다른 엉겅퀴들이 약용으로 활용되고 있는데 비해 주로 식용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오래 전부터 구황식물로 이용되었던 고마운 산나물로, 어린 잎과 줄기를 데쳐서 우려낸 다음, 국거리, 볶음 등으로 요리하는데, 근래에는 ‘곤드레비빔밥’이 최고의 영양식으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강원도 정선이 곤드레나물의 주 산지라고도 하네요.
여름철에 강원도에 가시면 곤드레비빔밥만 찾지 마시고, 산에 올라 ‘고려엉겅퀴’의 자주빛 예쁜 꽃도 한 번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조용경 객원기자 / hansongp@gmail.com
야생화 사진작가
(사)글로벌인재경영원 이사장
전 포스코엔지니어링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