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그룹 계열사의 주주총회가 촘촘히 예정된 주총시즌을 통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이 전면에 나선다. 반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올해도 물밑 경영을 이어갈 전망이다.
12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이번 주총시즌을 통해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 등극을 통해 현대차그룹 경영 전면에 나설 전망이다.
오는 15일 주총을 여는 기아차와 22일 주총을 개최하는 현대차, 현대모비스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특히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이번 주총에서 재선임안이 통과되면 이사회 결의를 거쳐 정 수석부회장을 대표이사로 확정할 예정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2005년부터 2009년까지 기아차 대표이사를 맡은 이후 10년 만에 현대차그룹 주력 계열사 대표이사에 오르게 된다. 지난해 9월 그룹 수석부회장에 오르면 시작된 3세 경영체제가 더욱 본격화하는 기점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7일 SK㈜ 주총에 사내이사 재선임안이 상정됐다. 최태원 회장은 대표이사를 유지하지만, 겸직해온 이사회 의장에서는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SK는 이번 주총을 통해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도록 한 정관을 이사회에서 의장을 결정하는 것으로 바꿀 예정이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해 기업경영을 좀 더 투명하게 하고 주주 권익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SK㈜의 새로운 이사회 의장은 사외이사로 추천된 염재호 고려대 총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10월 26일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일 열리는 주총에 재선임안을 상정하지 않았다. 이는 다음달 뇌물공유 사건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사내이사 재선임 여부가 공론화되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대법원 판결 이후 임시주총을 통해 이 부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10대 그룹 총수 중 가장 많은 9개 계열사 등기이사를 맡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현 체제를 유지할 전망이다. 신 회장의 사내이사 임기가 이 달 만료되는 계열사 중 8일 현재 주총 소집공고를 낸 롯데칠성음료와 롯데케미칼은 모두 재선임안을 상정했다.
신 회장이 많은 계열사 등기이사를 맡은 것에 대해 내실 있는 직무수행이 어렵고 독립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반면, 롯데 측은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등기이사를 맡지 않고 있는 신세계 오너 일가는 올해도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 이명희 신세계 회장은 이 달 주총을 여는 모든 상장 계열사에 사내이사 선임안을 올리지 않았다.
이 때문에 권한에 맞는 책임을 회피한다는 지적이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신세계 오너 일가는 정용진 부회장이 신세계와 이마트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2013년 이후 사내이사를 맡지 않고 있다.
강동식 기자 lavita@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