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서울대 정시 논술고사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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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선영

jasmin@datanews.co.kr | 2007.01.1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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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스터디(www.megastudy.net, 대표 손주은)가 16일 치러진 <서울대 2007학년도 정시 논술고사 분석자료>를 발표했다.

2007학년도 서울대학교 정시 논술 문제는 얼핏 보기에는 지난 해 보다 쉬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더 까다로워졌다. 우선 문제의 구성은 지난 해 논술과 거의 유사했다. 2006학년도 논술 문제가 제시문과 사례의 두 부분으로 구성되었던 것처럼 이번 문제 역시 제시문과 예화로 나뉘어 출제됐다. '지식 정보화 시대의 사회 변화'라는 주제 역시도 학생들에게 친숙한 것이었다. 또 제시문의 개수가 일곱 개에서 두 개로 줄었고, 제시문 자체의 독해 난이도도 낮아졌다. 하지만, 면밀히 따져보면, 논제에서 요구한 조건들이 보다 많아진 동시에 복잡해졌기 때문에 학생들이 답안을 작성하기는 결코 쉽지 않았다.

■ 제시문 및 논제 분석
<제시문 가>는 우리 사회의 각 영역에서 나타나는 변화의 모습을 진단하는 내용으로 고등학교 사회 교과서에서 발췌한 것이다. 또 <제시문 나>는 미국 사회 내의 영역별 변화 속도를 수치화하여 평가한 내용으로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와 하이디 토플러(Heidi Toffler)의 『부의 미래』(Revolutionary Wealth)에서 발췌·요약한 글이다. 이에 따른 핵심 논제는 '지식정보화 시대에 우리 사회의 기업, 가족, 정부는 어떤 속도로 변화해야 하는가?' 이다. 그리고 내용에 포함되어야 조건들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1) <제시문 가>의 내용을 <제시문 나>에 비추어 논하되, 이 과정에서 미국과 우리의 변화 속도를 비교하는 부분이 들어가야 한다.
2) 자연에서 나타나는 속도의 여러 양상들(예화)을 사회 변화의 속도 문제로 재해석하고 그 의미를 규정하여 언급해야 한다.
3) 세 개의 예화 가운데 하나를 택하고, 그 입장에서 각 영역의 변화 속도를 근거를 들어 예측해야 한다.

■ 예화 분석 및 접근 방법
<예화 1>은 식물들의 성장 시간과 속도가 다양함에도 이것이 어우러져 자연의 조화를 이룬다는 내용이다. 이는 사회 변화의 속도가 모든 영역에서 획일적으로 빠르거나 느린 것보다는 영역의 특성에 따라 다양해야 함을 의미하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예화 2>는 돌고래들이 서로 같은 속도를 유지함으로써 얻게 되는 여러 가지 장점에 대한 내용이다. 이는 사회 전체가 동일한 변화 속도를 가질 때 사회 전체뿐만 아니라 개인에게도 이로운 점이 많음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예화 3>은 산양들이 서로 먹이 경쟁을 하는 과정에서 빠른 속도가 생겨나는 현상을 보여주는 내용이다. 이는 무한 경쟁을 통해 사회 변화의 속도가 더욱 빨라질 수 있음을 입증하는 사례로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예화들이 갖는 의미가 제시문의 내용들과 기계적으로 대응하는 것들은 아니다. 더욱이 한 가지로만 의미가 규정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과정에서 타당성만 확보된다면 얼마든지 창의적으로 해석하여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 해석과 활용이 지나치게 단편적이거나 편협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번 서울대 정시 논술 문제는 학생들이 논제에 대한 종합적 사고와 접근을 하지 않은 채, 주어진 조건만 따라가다가는 논점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제시문이나 예화들은 물론, 주어진 조건들까지도 모두 논의의 전제가 되거나 그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거로 조직되고 활용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사회의 각 영역이 어떤 속도로 변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자신의 구체적인 의견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 총평
서울대는 전통적으로 논술을 통해 제시문의 심층적 이해를 통한 고도의 사고력, 논증력, 표현력을 측정하고자 했다. 이번 시험 역시 이러한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의도를 논술 문항에 충분히 담고 있다. 비록 교과서 수준의 제시문과 평범하리만치 단순한 예화들을 제시하고는 있지만 논의의 조건들이 다양하고, 까다로워 평소에 착실한 대비가 없었던 학생들은 문제를 해결하기가 무척 어려웠을 것이다. 이번 서울대 문제는 논술이 더 이상 암기된 지식이나 준비된 답안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통합논술의 정신을 웅변으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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