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화학이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을 1조 원 이상 늘리며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 6월 박찬구 회장 사임에 따라 하반기 실적을 홀로 책임지게 된 전문경영인 백종훈 대표는 상반기 실적이 부담스럽다. 하반기 시장상황은 상반기보다 녹록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10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금호석유화학의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매출 4조535억 원, 영업이익 1조3662억 원, 당기순이익 1조586억 원을 올렸다. 각각 전년 동기(2조2517억 원, 2533억 원, 2274억 원) 대비 80.0%, 439.4%, 365.5% 상승했다. 매출은 1년 전보다 1조8000억 원 가량 늘었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1조 원 이상 증가했다.
그동안 꾸준히 NB라텍스 증설에 투자한 것이 최대 실적으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금호석유화학은 2007년 의료·헬스케어 소재 시장 공략을 위해 NB라텍스의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NB라텍스는 라텍스 장갑의 원료로, 꾸준한 증설을 통해 세계 시장 1위를 지키며 금호석유화학의 대표적인 효자 상품으로 떠올랐다.
NB라텍스는 특히 코로나19 확산 이후 수요가 급증했다. 요리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 범위가 늘어나고 있어 수요 증가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호석유화학은 연말까지 연 7만 톤의 생산설비를 추가할 예정이다. 설비 추가가 마무리되면 NB라텍스의 연간 생산능력은 71만 톤으로 늘어난다. 금호석유화학은 2023년까지 24만 톤 추가 증설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실적 호조는 하반기에 다소 주춤할 것으로 예상된다. NB라텍스 가격, 원재료 가격 등 시장 환경이 상반기에 비해 비우호적이다.
우선 NB라텍스의 수출 가격이 지난 1월 톤당 1925.6달러에서 지난 4월 2142달러로 상승한 후 추가 상승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 오히려 올해 7월 잠정치는 톤당 1998달러를 기록, 강세 가격이 한풀 꺾인 상황이다.
합성고무 부문은 동남아시아 코로나19 확대로 수요 감소가 전망됐다. 또 부타디엔(BD) 등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하다. 정기보수로 인한 실적 둔화도 예상된다.
이같은 상황은 금호석유화학을 단독으로 이끌기 시작한 된 백종훈 대표에게는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특히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세운 상반기와 비교된다는 점에서 3분기 이후 실적이 온전히 자신의 경영성과로 평가되는 백 대표에게는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 6월 15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박찬구 회장의 사임 의사를 수용, 백종훈 단독 대표이사 체제를 의결했다.
백종훈 대표는 1961년생으로, 부산대 화학공학과 출신이다. 1988년 금호쉘화학에 입사해 금호피앤비화학 영업담당 이사(2005년)와 상무(2008년), 금호석유화학 영업본부장(2016년)을 역임한 '영업통'으로, 지난 4월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이윤혜 기자 dbspvpt@datanews.co.kr
[ⓒ데이터저널리즘의 중심 데이터뉴스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