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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비슷한 시기 그룹 승계구도를 완성시키며 경영일선에서 큰 걸음을 내딛고 있는 가운데, 두 젊은 오너의 '혁신'행보가 주목을 끌고 있다. 이들의 혁신은 가장 먼저 '순혈주의'에서 벗어난 인사에서 나타난다.

두 그룹의 적극적인 외부인사 영입은 산업 융합과 급변하는 시장, 각 그룹이 부족한 영역을 채우기 위한 갈망과 무관치 않다. 특히 정보통신기술(ICT)이 자동차 내부와 자동차 산업으로 빠르게 침투하면서 자동차 제조사는 ICT 전문가가, 전자기업은 자동차 전문가가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15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현대차와 LG전자의 사업보고서 등을 분석한 결과, 두 기업 모두 최근 인재 영입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대차는 ICT 전문가를 중심으로, LG전자는 자동차 전문가를 중심으로 전문가 확보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이후 집중적으로 임원급 ICT 전문가를 영입했다. 현대차는 지난달 SK텔레콤 출신 설원희 부사장을 영입해 자율주행과 수소연료전지 등 미래 기술 고도화와 스타트업 지원을 수행하는 미래혁신기술센터장에 임명했다. 설 부사장은 SK텔레콤 플랫폼연구원장을 역임했으며, 산업통상자원부 R&D전략기획단 매니징디렉터로도 활동했다.


현대차는 또 최근 3명의 KT 출신 임원을 잇따라 영입해 주목받았다. 지난해 초 영입된 서정식 ICT본부장은 KT 클라우드추진본부장과 KT클라우드웨어 대표를 지냈고, 김지윤 ICT기술사업본부장도 KT그룹에서 클라우드 사업을 맡았던 인물이다. 현대차는 또 올해 초 KT 미래융합전략실장과 글로벌사업부문장을 역임한 윤경림 부사장을 영입, 오픈이노베이션전략사업부장을 맡겼다. 

현대차는 AI 전문가 확보에도 공을 들여 네이버랩스에서 AI를 연구해온 김정희 이사를 지난해 말 영입, 신설 AI 연구조직인 ‘에어랩’을 맡겼다. 네이버의 AI 통번역 서비스 ‘파파고’를 개발한 김준석 네이버랩스 리더도 영입해 에어랩에 배치했다. 

지난해 말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지영조 전략기술본부장은 삼성전자 기획팀장 출신으로, 벨연구소, 맥킨지, 액센추어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현재 모빌리티, 카헤일링, 인공지능(AI) 등 신사업과 전략투자를 맡고 있다. 

이 같은 ICT 인재 영입 확대는 현대차가 전기자동차 보급과 자율주행 기능의 적용 확대, 카헤일링 등 공유공제의 확산 등 환경 변화에 따라 최신 ICT 지식이 풍부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그릴 수 있는 전문가의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대차의 ICT 전문가 영입은 특히 정의선 총괄수석부회장이 주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 수석부회장이 “자동차 제조업의 추격자가 아닌 게임 체인저로 도약하기 위해 ICT 융합, 공유경제, AI, 스마트 모빌리티와 같은 미래 분야 투자를 확대하고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기술혁신을 가속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만큼 AI, 로보틱스, 공유경제 등 미래 혁신분야를 이끌 ICT 전문가 영입을 계속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LG전자는 자동차 제조사와 부품 제조사 등 자동차 산업에 종사한 인재 영입을 꾸준히 늘려왔다. 자동차 부품의 전자화가 활발하고, 텔레매틱스, AV, 내비게이션 등 LG전자가 주력해온 시장이 커지면서 산업을 잘 이해하고 견고한 자동차 시장을 뚫을 수 있는 전문가 역할이 절실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지난해 말 자동차 부품사업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의 영업전략 강화를 위해 보쉬코리아 출신의 은석현 전무를 영입했다. 은 전무는 17년간 보쉬 본사와 한국, 일본 지사에서 기술영업과 마케팅을 수행한 경험을 갖고 있다. 

LG전자가 자율주행 중장기 투자 등을 위해 지난해 말 CEO 직속으로 신설한 자율주행사업태스크의 리더인 윤용철 전무는 LG전자 합류 전 TRW, 델파이, GM, TASS인터내셔널 등 글로벌 자동차 관련 기업에서 경력을 쌓았다. 또 이튼코퍼레이션과 GM코리아를 거친 문성혜 상무가 VS고객지원실장을 맡고 있고, VS디자인연구소는 닛산자동차 출신인 최상원 상무가 이끌고 있다. 

LG전자는 자동차 부품사업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늘리면서 차세대 먹거리로 키우고 있는 만큼 사업 안정화 시점을 앞당길 수 있는 외부 전문가 영입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구광모 회장 체제에서 자동차 인재 확보 움직임이 그룹 차원으로 확대된 점도 주목된다. LG는 지난해 말 김형남 부사장을 영입, ㈜LG 자동차부품팀장으로 선임했다. 김 부사장은 기아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를 거쳐 한국타이어 글로벌구매부문장과 연구개발본부장을 역임했다. 김 부사장은 LG그룹 자동차 부품사업 포트폴리오를 전략적으로 전개하고 계열사 간 시너지를 높이는 역할을 맡고 있다.

강동식 기자 lavita@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