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뉴스=이홍렬 대기자]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가 최근 개최한 정기 주주총회(이하 주총)에서 예상과 달리 지배구조 개선안을 발표하지 않음에 따라 향후 공정거래위원회가 어떤 조치에 나설지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23일 열리는 현대건설 주총에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등기이사직을 내려놓기로 하면서 배경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16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정기 주총을 열고 윤갑한 사장의 후임 사내이사로 하언태 부사장(울산공장장)을 선임했다. 이어 열린 이사회에서 현대차는 하 부사장을 대표이사로도 선임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의 대표이사 체제는 기존 정몽구·이원희 각자에서 정몽구·이원희·하언태 3인 각자 체제로 바뀌었다.
하지만 현대차는 이날 주총에서 지배구조 개선안은 발표하지 않았다.
앞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대기업들이 3월 정기 주총에서 발표하는 자발적 개선안이 미흡할 경우, 그간 대기업 실태 조사 등을 토대로 하반기부터 규제 도입과 강력 제재에 나서겠다고 엄포를 놓은 바 있다. 사실상 데드라인을 3월 주총으로 정한 것이다.
때문에 재계 안팎에서는 현대차가 이번 주총에서 완성된 지배구조 개선안은 아니더라도, 본격적인 개선에 앞선 초기 안이라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이 공정위의 다음 타깃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데이터뉴스 분석 결과 공정위의 조사 대상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친정인 경제개혁연대의 논평, 이슈 등 보도자료 숫자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삼성을 제외하면 효성, 금호아시아나, 한진, SK, 롯데, 현대차 순이다. 이중 현재 공정위가 제재를 진행 중이거나 지배구조 개선을 추진 중인 그룹을 제외하면 현대차그룹이 가장 유력하다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특히 경제개혁연대는 올해 들어 공정위에 “순환출자와 현대글로비스 일감 몰아주기 문제가 감감무소식”이라며 현대차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김 위원장이 직접 순환출자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유일한 재벌그룹이기도 하다.
다만 공정위가 정한 데드라인을 대기업들의 주총이 끝나는 3월 말까지로 볼 경우 다소 시간이 남아 있어 현대차그룹 차원에서 이달 안에 지배구조 개선안을 내놓을 가성성도 있다.
실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23일 열리는 현대건설 정기 주총에서 등기이사직을 내려놓는다. 자동차 경영에 집중하기 위해서란 게 그룹 측의 설명이지만 재계에서는 순환출자를 해소하며 승계를 마무리하기 위한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현대차그룹 순환출자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연결돼 있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의 지분 20.8%를 가진 최대주주고, 현대차는 기아차의 지분 33.9%를 보유하고 있다. 기아차는 다시 현대모비스 지분 16.9%를 갖고 있다. 정몽구 회장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지분을 각각 5.2%, 7.0% 확보하고 있고,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차와 기아차 지분을 각각 2.3%, 1.7%씩 보유하고 있다.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 16.9%을 오너 일가가 매입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 소요되는 약 4조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정 부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 23.3%을 매각하더라도 충분치 않다.
이에 증권가 등에서는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를 인적분할한 후 투자회사끼리 합병해 지주회사(홀딩스)를 출범시키는 방법이 기론되고 있다. 또 현대글로비스가 자동차 반조립 사업부를 팔고, 그 돈으로 기아차가 가진 현대모비스 지분을 살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흘러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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